독일 `지멘스`의 개혁 성공할까

 독일을 대표하는 다국적 전자·기계기업 지멘스가 고통스런 혁신의 시험대에 올랐다.

 2006년말 터진 경영진들의 비자금 조성과 뇌물 공여 스캔들을 수습하기 위해 CEO를 전격 교체하고 과감한 개혁 로드맵을 내놓았지만, 좀처럼 진척이 되지 않는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혹들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기업 이미지는 추락하고 경영 쇄신과 사업 혁신을 위해 벌이고 있는 구조조정의 노력은 안팎의 걸림돌에 거북이 걸음이다.

 부패 척결과 재도약을 임무로 부여받고 지난해 7월 영입된 페터 뢰셔 CEO의 입에서는 한숨이 터져나온다. 지멘스 임직원들이 모든 고해성사를 마치고 다시 환한게 웃는 날은 언제일까?

 ◇추가로 드러나는 ‘부패의 고리들’=독일의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최신호에서 지멘스가 독일의 연방정보국(BND)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고 국제 스파이 활동을 지원해왔다고 폭로했다. 이에 따르면 지멘스는 러시아·이집트·오만 등지에 도청장비를 수출한 후, 해당 장비에 접근할 수 있는 해독 코드를 BND에 제공했다.

 이렇게 되면 BND는 지멘스의 장비를 사용하는 타국의 정보기관들이 어떤 정보를 입수했는지를 원격으로 알아낼 수 있게 된다. 대신 지멘스는 도청방지 휴대폰 등 각종 장비 납품권을 따냈다. 이같은 관계라면 BND는 지멘스가 해외에 장비를 수출하면서 4억유로에 달하는 뇌물을 제공한 사실을 이미 알고서도 묵인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비자금 조성과 뇌물 공여와 관련한 기존 부패 스캔들에도 추가 혐의가 드러났다. 독일 일간지 쥐트도이치 짜이퉁은 퇴직한 한 임원의 폭로로 전직 경영진들에 대한 새로운 부패 혐의가 제기돼 검찰이 수사를 확대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내부 혁신 ‘고삐는 죄지만…’=사태가 확대되자 부패 척결자로 부임한 뢰셔 CEO의 대응에 관심이 쏠렸다. 지멘스는 15일 통신사업부의 인력 1200명을 감원하기로 노조와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뢰셔는 당초 수익성도 낮고 의혹의 온상이 돼 온 통신사업부의 매각을 추진했으나 인수자를 찾지 못해 7000여명 감원으로 계획을 바꾼 바 있다. 그러나 거세게 반발하는 노조에 감원수를 대폭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경영진의 퇴진, 2억 유로가 넘는 벌금, 부패와 연루된 직원 500여명의 해고, 내부 고발 시스템 도입, 사업 구조조정 등 뼈를 깎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끝이 나지 않는 부패 스캔들로 곤혹을 치르고 있는 지멘스.

 파이낸셜타임스는 “오래된 순혈주의가 부패로 이어졌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모든 의혹을 털고 가자”고 취임 일성을 밝혔던 뢰셔 CEO의 의지가 160년이 넘는 지멘스의 오랜 기업 문화와 관행을 타파할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린다.

 정지연기자 jy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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