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모기지 충격파가 또 한번 미국 월스트리트(증권가)를 강타하고 있다. 희생양은 다름아닌 월가의 대표 금융주 시티그룹과 메릴린치다.
오는 18일과 19일 차례로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시티와 메릴린치는 서브프라임 관련 종목 투자로 인한 손실이 클 것으로 전해지며 대규모 자산상각과 무더기 감원을 예고하고 있다. 두 회사는 이미 지난해 4분기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순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월가 대표주 세대교체 신호탄(?) = 불과 1년여 전만 해도 시티그룹은 스탠다드&푸어스 500 기업에서 네번째로 규모가 큰 기업이었다. 2006년 말 시티그룹의 시가총액은 2740억달러로 애플의 무려 4배에 달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역전됐다. 애플의 시가총액은 1293억달러로 시티그룹의 1216억달러보다 오히려 77억달러나 높다.
시티그룹은 서브프라임으로 인한 손실을 털어내기 위해 100억달러 이상의 자산상각을 발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메릴린치 역시 자산상각 규모가 70억달러를 웃돌 것으로 관측된다.
일부 금융전문가들은 특히 시티그룹이 서브프라임 악재에 휘청이다 결국 JP모건에 인수된 베어스턴스의 악몽을 재현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반면, 10년 전 부도 직전까지 갔던 애플은 스티브 잡스 회장의 복귀 후 회생에 극적으로 성공해 인터넷 대표 기업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애플 주가는 147.14달러로 지난해의 2배에 이른다.
이와 함께 인텔과 노키아, 구글, IBM 등이 조만간 줄줄이 실적을 발표할 예정인데 과연 인터넷주가 휘청이는 금융주를 제치고 대항마로 떠오를 지 주목된다.
◇신용 위기 바닥을 쳤나= 유력 금융업체들이 연이어 자산상각 방침을 발표하면서 금융시장에서는 신용경색 위기가 최악의 상황을 지나 호전되고 있다는 긍정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금융사들의 부실 규모가 만천하에 공개되고 상각 규모를 만회하기 위한 자금 조달 계획이 진행되면서 경제의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있다는 전망이다. 시티그룹은 자산상각과 함께 전 직원 37만명 중 2만5000명 이상을 정리해고하면서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할 예정이다. 실적 부진으로 해고된 척 프린스 CEO의 뒤를 이어 시티그룹의 수장을 맡은 비크램 팬디트 신임 CEO는 특히 IT 분야 투자를 대폭 축소할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가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14일 보도했다. 메릴린치 역시 2000명 이상을 감원하기로 하는 등 긴축 경영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리먼브라더스, UBS 등도 자산상각과 동시에 신주 또는 전환우선주 발행을 통해 자본금을 확충하는데 성공, 이같은 낙관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케네스 모리스 전 UBS 대표는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신용위기를 계기로 월가 인력의 35% 가량이 구조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윤아기자@전자신문, for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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