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우주인 이소연의 ‘도약’

 “지난 한 해 한국 우주인에게 보내주신 과학기술인 및 국민 여러분의 사랑과 격려에 감사드립니다. 2008년 새해에도 여러분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함께하기를 기원합니다. 또 한국 우주인을 통해 대한민국 과학기술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를 소망합니다.”

 우주인 이소연씨는 올 초 전자신문 독자에게 신년 메시지를 보냈다. 새로운 해를 맞은 희망과 과학기술 도약의 기원을 담은 글이었다. 그의 메시지를 읽는 순간 가슴이 아려왔다. “한국 우주인을 통해 대한민국 과학기술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를 소망합니다”는 말이 마음에 걸렸다. 그는 ‘과학기술계의 도약’을 소망했다.

 ‘도약(跳躍)’이라는 말은 그다지 좋은 말이 못 된다. 도약은 ‘몸을 위로 솟구쳐 뛰는 일’이라거나, ‘더 높은 단계로 발전하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 뜻 때문인지 ‘도약’은 기업의 사업계획서나 신년사에서 남발된다. 마땅히 현재 불황을 타개하기 어려울 때 CEO는 ‘올해는 도약기’라고 말한다. 지난해 매출이 부족했으니 올해만은 한 번 도약하자’며 직원을 설득한다. 그 속에는 ‘올해 허리띠 졸라매고 고생합시다’는 뜻이 숨어 있다.

 한 경영 컨설턴트는 ‘우리 회사는 현재 도약기’라고 말하는 회사에 투자하지 말라고 한다. 그 회사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도약기로 잡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도약을 하다 실패를 하는 회사로 보면 된다는 게 그의 말이다. ‘도약’이라는 말은 현재를 실패라고 규정하는 묘한 특징을 갖고 있다.

 우주인 이소연씨가 말한 ‘과학기술계의 도약’이라는 말에도 그런 속뜻이 담겨 있다. 그의 신년 메시지는 우리 과학기술 현실이 그만큼 녹록지 않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는 셈이다. 사회 전반에 걸친 과학기술계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부정하고 싶은 욕망이 들어 있다. 20대 젊은 과학기술자는 그것을 ‘도약’이라는 말로 압축했다.

 그의 메시지를 받은 지 불과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17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 해체 방침’을 정했고, 그것을 실행했다. 이씨의 메시지는 과학기술 도약이라기보다는, 지금 수준만이라도 유지해 달라는 비명처럼 들린다.

 8일 이소연은 우주인이 됐다. 그는 바이코누르(Baikonur) 가가린 우주센터에서 강력한 로켓의 추진력으로 ‘도약’했다. 지금 그보다 높은 곳에서 지구를 보고 있는 사람은 없다. 그는 물리적으로 가장 높은 곳으로 도약한 한국인이다. 그를 가장 높은 곳으로 도약시킨 것은 아이러니하게 해체된 ‘과학기술부’였다. 2004년 1월 과학기술부 업무보고에서 시작된 우주인 배출계획 그리고 그를 우주로 보내기 위해 토론하고, 싸우고, 울었던 수많은 과학기술자의 노력이 만들어낸 결과였기 때문이다.

 소련이 1957년에 유리 가가린을, 미국이 1968년 닐 암스트롱을, 중국이 2003년 양리웨이를 배출하는 동안, 우리는 2008년 4월 8일이 돼서야, 러시아 소유스 우주선을 얻어 타고 가는 ‘우주인 이소연’ 한 명을 겨우 만들어냈다.

 오는 9월, 전남 고흥 외나로도에 나로우주센터가 완공된다. 12월에는 국산 과학기술위성 2호를 실은 로켓(KSLV-I)이 발사된다. 우리 기술로, 우리 우주인을 싣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그런 도약을 기대한다.

김상룡 경제교육부 차장 sr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