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폭풍전야의 대덕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총선을 앞두고 폭풍전야다. 태풍이 몰아치기 전 해수면의 습기로 인해 저기압이 형성되듯 한껏 에너지를 응축하는 모양새다. 터져 나가면 A급 태풍을 넘어설 태세다. 기관장은 기관장대로 ‘사퇴설’이 나돌아 촉각을 곤두세우고, 기관은 기관대로 하루가 다르게 주문이 달라지는 예산 10% 절감 방안으로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지난주 유포된 ‘기관장 사퇴설’은 최근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의 기관장 사퇴론 발언이 대전까지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설로 마무리되면서 잦아들긴 했지만, 교육과학부 1급 공무원들이 일괄 사표를 냈다는 또 다른 이야기와 함께 대덕에서는 유일한 교육과학부 산하 1급 공무원 한 명이 이에 해당됐다는 설이 간접 확인되면서 여전히 각 기관장들은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

 그동안 출연연들이 내세웠던 ‘R&D는 그냥 놔둬라, 정권만 바뀌면 출연연을 통폐합하려 하는데 그래선 성과가 안 나온다’는 논리가 먹혀들지 않고 있다. 10년을 두고봤지만 ‘보따리 장사’하다 별 볼 일 없이 허송세월하지 않았느냐는 일부의 시각 때문이다. 또 하나는 융합으로 가고 있는 R&D 트렌드의 지적이다. 대학에선 전문화된 학과를 서로 넘나드는 학제 간 교육이 보편화되고 있고, 융합을 위한 과학기술자의 이합집산이 절실해진 것이다. 할 말은 많지만,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드러나는 게 별반 없다고 보는 곱지 않은 시선도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 출연연의 고민이다.

 불난 데 부채질하듯 정부의 예산 10% 절감 방안은 출연연을 더욱 난감하게 하고 있다. 경상비 절감만으로는 목표 달성이 턱도 없다. 방법은 R&D 부문의 계속 과제를 잘라내는 길뿐이다. 어느 기관은 60억원 예산이 날아가느니, 어디는 200억원에 해당하는 프로젝트를 줄여야 하느니 하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런 아수라장 같은 판을 정부가 오히려 부추기는 감이다. 오락가락 정책 탓이다. 애초에는 올해와 내년 예산을 1 대 9 비율로 총액 10%를 삭감하자고 지시를 내리더니, 3 대 7로 다시 바뀌고, 최근엔 국정과제에 포함된 R&D 예산은 아예 제외하고 삭감안을 내라고 주문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예산 돌려치기’니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라는 말도 나온다. 심지어 내놓을 것 다 꺼내놓고 ‘따져보자’는 막가파식 주장도 토해내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지난해 감사를 받은 결과가 최근 나와, 이 기관이 초상집 분위기다. 행정직 간부를 포함한 직원 3명이 해임요청을 받은 것이 이유다. 부정을 저질렀다면 응당 징계를 받아야 마땅하겠지만 공교롭게도 시점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면서 이 감사결과 발표가 출연연 압박용이라는 또 다른 유언비어를 양산하며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최근 대덕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의 인사말에도 교육에 관한 내용이 3분의 2다. 과학도 교육만큼이나 중요해지고 있는 ‘시대정신’을 정부가 간과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법하다.

 이래저래 과학기술계의 심사가 복잡하다. 이 모든 것이 총선 뒤에 숨어 있다는 생각이고, 모두들 총선과의 ‘술래 없는 숨바꼭질’이 빨리 끝나기만을 바랄 뿐이다.

박희범 전국취재팀장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