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램버스와의 특허소송 사실상 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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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년여에 걸쳐 미국에서 벌어진 하이닉스반도체 등과 미 램버스사의 특허 소송이 램버스의 승리로 막을 내릴 것으로 보여 국내 반도체업계에 악영향이 우려된다.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새너제이 소재)은 26일(현지시각) 램버스와 하이닉스·마이크론·난야 간 특허침해 소송과 관련해 램버스가 반독점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배심원 평결을 내놨다. 배심원 평결은 법원이 1심 최종 판결을 내리기 위한 것이지만 사실상 확정된 것과 다름없다.

 하이닉스 등 3사는 이에 따라 2006년 7월 2차 공판 때 부과받은 약 1억3360만달러의 손해배상금과 추가로 발생하는 로열티 등을 램버스에 물어야 할 처지가 됐다. 또 삼성전자 등 다른 D램 업체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하이닉스반도체는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이 불리한 최종판결을 내리게 되면 고등법원에 항소하는 것을 포함한 모든 법률적 수단을 강구해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같은 결과가 알려지면서 이날 나스닥에 상장된 램버스의 주가는 전날 대비 39%포인트인 7.25달러가 올라 25.86달러에 마감했다. 2003년 1월 이후 최고 기록이다.

◆뉴스의 눈

 이번 결정을 보는 하이닉스의 시각은 착잡하다. 앞서 동일한 사안을 두고 미 공정거래위원회(FTC)는 2006년 8월에 램버스가 JEDEC의 표준화 결정과정에서 사기 행위를 했다고 만장일치로 결정한 바 있고, 유럽위원회(EC) 역시 작년 7월에 램버스의 반독점법 위반을 인정하는 잠정 결정을 내린 바 있기 때문이다.

 일단 금액은 1심 판결에서 판사가 결정하겠지만 지난 2006년 7월에 결정된 1억3360만달러 안팎으로 결정될 것으로 점쳐진다. 여기에 램버스 기술 사용 로열티가 더해질 전망이다.

 그러나 하이닉스는 1심 판결이 불리한 쪽으로 내려지면 바로 고등법원에 항소할 예정이어서 당장 손해배상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특히 유럽 지역도 램버스가 제기한 특허소송이 모두 무효 판결이 난 상태고 FTC도 램버스가 반독점법을 위반했다고 판결을 내린 선례가 있어 희망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재판 외에 비공식채널을 이용한 협상테이블도 있지만 법률적인 수단을 최대한 동원해 램버스의 반독점법 위반을 증명한다는 전략이다. 하이닉스는 패소하더라도 1억달러 규모의 충당금을 확보해 놨기 때문에 경영에는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반도체 같은 첨단산업에서는 앞선 기술을 사용하고 대가를 지급하는 것이 보편화했지만 램버스가 상식을 뛰어넘는 주장을 하고 있어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D램 업계는 램버스 특허소송 1심 판결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특허 공세에서 세계 1위의 D램 업체인 삼성전자도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램버스 D램을 생산하면서 램버스와는 거래관계가 있어 하이닉스에 비하면 상황이 나은 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램버스가 삼성에도 특허공세를 취할 것에 대비는 해야겠지만 소송이 걸려 있는 문제여서 공식적으로는 언급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주문정·정지연기자@전자신문, mjj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