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세는 영웅을 부르고, 영웅은 전설을 만들며, 전설은 위대한 역사가 된다.’
중국 4대 소설 중 하나이자 전 세계인의 필독서 삼국지. 삼국시대(위·촉·오)부터 진나라에 의해 통일되는 순간까지 긴 역사를 스펙타클하게 다룬 삼국지는 소설·게임·드라마·방송 등으로 만들어져 많은 사랑을 받아왔지만 유독 영화와는 인연이 없었다. 1990년 중국 CCTV에서 방영했던 TV판 ‘삼국지’ 이후 스크린에 옮겨진 적이 없었다.
물론 그동안 많은 감독과 제작자가 삼국지 영화화에 도전했지만 많은 제작비와 120여명이 넘는 캐릭터라는 현실적인 벽에 부딪혀 번번이 좌절했다. 태원엔터테인먼트의 정태원 사장도 마찬가지였다. 삼국지 이야기가 무척 탐났지만 혼자 힘으론 도저히 엄두가 안 났다. 그래서 그는 글로벌 프로젝트라는 묘수를 들고 나왔다. 한국의 자본과 기술, 홍콩 프로덕션 능력, 중국의 촬영 지원이라면 되지 않겠나.
다음달 3일 개봉하는 ‘삼국지-용의 부활(이인항 감독, 유덕화, 홍금보, 매기 큐 주연)’은 이런 산고 끝에 탄생한 현대판 블록버스터 삼국지다.
‘삼국지-용의 부활’은 당양 장판교에서 필마단창으로 조조군 83만명을 초개처럼 여기며 싸운 영웅 조운(趙雲, 자는 子龍)에 대한 이야기다. 비천한 신분으로 태어난 조자룡(유덕화). 그는 뛰어난 무술로 조조가 이끄는 위나라 대군으로부터 유비의 아들을 구해내 일약 스타가 된다. 하지만 당시 현장에 있던 조조의 손녀 조영(매기 큐)은 위나라 정예군이 단 한 명(조자룡)에게 농락당하는 것을 보고 분을 삭이지 못한다. 30여년이 지난 뒤 오호장군이 된 조자룡은 마지막 전쟁을 준비하고 조영은 그런 조자룡을 잡기 위해 덫을 놓는다. 그녀가 만든 함정에는 조자룡이 평생 믿고 따랐던 고향 선배 나평안(홍금보)가 관여돼 있었으니….
실제로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연의’에서 조자룡의 역할은 그리 크지 않다. 패주의 좌장이었고 분기탱천해서 일을 그르치는 일도 많았다. 하지만 나관중은 조자룡을 무척 아꼈던 것 같다. 손권·조조 등 조자룡보다 더 유명한 인물이 많지만 유독 조운에게만 백전불패를 허락했다. 이인항 감독은 이런 나관중의 해석에 착안, 조자룡을 영화 속 영웅으로 재탄생시킨다. 탄생장면 등 조운의 세세한 일상사를 담지 않는 전쟁신과 같은 임팩트 있는 장면을 다수 배치시켜 조운의 활동성을 최대한 보장한다. 이를 위해 그는 원작을 크게 훼손시키지 않는 선에서 사건의 시간 순서를 바꾸거나 이야기를 수정했고 나평안이나 여자 조영(실제 조영은 조조의 사위다.)이라는 허구의 캐릭터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영화의 처음과 마지막 장면인 ‘장판교 전투’와 ‘봉명산 전투’는 이런 그의 노력이 빛을 발하는 지점이다. 이인항 감독은 21세기 관객을 1800년 전 조자룡과 만나게 하기 위해 500컷에 달하는 컴퓨터그래픽(CG)을 이들 장면에 쏟았다. 결과는 대성공. 장판교 전투에서 조자룡이 유비의 아들 유선을 등에 업고 조조군의 추격을 피해 절벽을 넘는 장면은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자는 성공할 것이고 지키려고만 하는 자는 실패할 것이다.’는 조자룡의 캐릭터를 제대로 보여준다. 조자룡이 사용하는 월식금륜이 조조의 칠성보검을 압도하는 장면은 우리에게 삼국지 속 새로운 영웅(조자룡)의 탄생을 알린다.
한정훈기자@전자신문, exis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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