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실물 경제’를 잡기 위한 잰걸음을 시작했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초기 경제성장률 등 거시 경제에 매달려 온 정부가 호락호락하지 않은 대외 여건과 갈수록 악화되는 실물 경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절박함도 실려 있다.
24일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은 현정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과 정구현 삼성경제연구소장 등 11개 국책·민간 경제연구기관장과 만나 국내외 경제 전망과 현안을 놓고 폭넓은 의견을 교환했다. 경제연구기관장들은 이 자리에서 올해 국내외 경제 사정 악화로 환율과 원자재, 물가 등 경제 변수 전반에 적잖은 충격이 있을 것이라고 전제한 뒤 정부가 이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 자리에서 오상봉 산업연구원(KIET) 원장은 물가 불안의 주요 원인인 원자재 가격의 급등세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으며 철광석은 올해 65%나 폭등하면서 전 산업의 생산비용을 0.5% 상승시킬 것으로 추정했다. 방기열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은 2분기에는 국제유가가 하향 안정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했으나 올해 두바이유의 연평균 가격이 배럴당 86.2달러로 지난해보다 17.9달러나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환율문제에 관해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은 달러당 1000원, 100엔당 1000원의 ‘1000·1000 시대’로의 회귀가 현실화될 것으로 점치면서 “무역수지 개선 폭이 작아지면서 금융 손실 증가와 투자위축으로 국내 경기 전반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김주형 LG경제연구원장은 거시경제 전망을 놓고 “국내 실물경기는 아직 견실하나 대외 여건 불안으로 성장세가 낮아질 전망이며 미국 경기부진의 파급으로 수출 증가율도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정구현 삼성경제연구소장은 “올해 상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최고조에 달한 뒤 하반기에 다소 진정될 전망”이라며 “경기의 하강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므로 적극적 재정확대와 금리인하로 경기둔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 장관은 “원자재 가격 급등에 대처하기 위해 할당관세 적용을 확대하고, 원자재 방출량을 늘이는 한편 해외광물자원 개발 투자를 통해 원자재 공급 능력을 확대하겠다”고 답변했다. 아울러 “경제의 안정적 운용에서 무역수지의 흑자기조 유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다각적인 수출 촉진 시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와 관련, 다수의 경제 전문가들은 “정부가 경제연구소들의 경고를 얼마만큼 실물 경제에 반영할지는 미지수”라며 “객관적인 상황 인식에 이어 향후 정책적 실천도 뒷받침되기를 기대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홍기범기자@전자신문, kb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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