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통시장 무한경쟁 시대로

 우리나라 IT 제조업체들의 수출 거점지역인 미국 이동통신시장이 ‘개방’이라는 패러다임의 큰 변화를 맞았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평가 받아온 700㎒ 주파수의 상당수를 2위 사업자인 버라이즌이 가져가 1위 AT&T를 위협하는 전국 네트워크를 갖추게 됐고,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의 단계적 망 개방 정책에 따라 구글 등 인터넷업체도 단말을 개발해 이동통신시장에 참여할 수 있어 무한경쟁체계로 전환됐다.

 현지 이통사들의 눈높이에 맞춘 발빠른 단말 개발로 노키아를 제치고 현지시장에서 승승장구했던 국내 업체들에도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게 됐다.

 ◇버라이즌이 최대 승자=버라이즌은 총 93억6000만달러 투입해 최고 황금대역인 C블록을 비롯, A·B블록 일부 등 총 109개의 라이선스를 획득했다. 버라이즌은 이를 바탕으로 HSDPA 네트워크의 데이터 속도를 대폭 높이는 한편, 4G 기술인 LTE를 상용화할 수 있는 채비에 나설 계획이다.

 66억4000만달러 투입해 총 227개의 라이선스를 획득한 AT&T는 뉴욕·필라델피아·샌프란시스코 등 대도시 지역의 가입자를 늘리는 데 활용하기로 했다. 화제를 모았던 구글은 C블록 확보에 실패했고, 퀄컴이 참여했던 공공안전대역인 D블록은 유찰됐다. 이 밖에도 위성통신업체 디시(DISH)·에코스타 등 잘 알려지지 않은 벤처기업도 주파수를 일부 확보했다. 자금난을 겪고 있는 스프린트넥스텔과 기존 경매에서 주파수를 확보했던 T모바일은 이번 경매에 참여하지 않았다.

 ◇망 개방 본격화=구글은 주파수를 확보하지 못했으나 ‘망 개방(open acess)’ 정책을 이끌어내는 실익을 거뒀다. 당초 구글이 요구한 개방형 서비스와 망 개방은 다수 뒤로 늦춰졌지만 단말과 애플리케이션 개방은 FCC가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구글은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이른바 ‘구글폰’을 공급할 수 있게 됐으며 여타 인터넷업체도 이동통신시장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구글은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원하는 것을 얻어 ‘진정한 승자’라는 평가를 받게 됐다.

 ◇새 대응 전략 필요=버라이즌은 곧 단말과 애플리케이션 개발업체들을 위한 소프트웨어개발자키트(SDK)를 공개할 예정이다. 누구나 이 규격만 맞추면 버라이즌의 네트워크에 실리는 제품을 개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그동안 버라이즌과의 독점적 관계를 통해 입지를 넓혀온 우리나라 휴대폰 업체들은 노키아나 모토로라가 아닌 또 다른 경쟁자들을 만나게 된 셈이다. 구글폰을 개발하는 대만의 HTC,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든 델 등이 새 경쟁자가 됐다.

  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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