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SW코리아, 다시 시작이다](2부)산업 구조 개혁하자③사업대가 제 값 주자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공공부문 유지보수요율과 적정 유지보수요율 간 괴리

◆유지보수도 제 값 주자

 SW사업대가 현실화와 함께 해외에 비해 턱없이 낮은 유지보수요율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GS인증협회가 지난해 연말 국내 SW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내 소프트웨어(SW) 기업들이 공공기관에서 받는 유지보수료는 SW 실공급가의 7.8%에 불과,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유지보수료 15%의 절반 수준인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협회 조사 결과, 민간기업에서 받는 유지보수율은 평균 10.20% 수준이고 해외에서 받는 유지보수율은 15%로 집계됐다. 또한 하도급 등으로 사업을 수행하는 통합유지보수 사업은 원발주처가 공공기관일 때 6.79%, 원발주처가 민간기업일 때 8.25%로 나타나 발주처와 직접 계약하는 사례우보다 다소 낮게 조사됐다.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서는 15∼20%에 해당하는 높은 유지보수율을 벌어들이는 사례가 40% 이상으로 많은 반면에 국내에서는 10% 안팎에 그쳤다. 국내 기업들은 공공과 민간 등 국내 시장에서는 60% 이상이 5∼10%의 유지보수율을 받는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에 해외에서는 15% 이상의 유지보수율을 받는 기업들이 전체 기업의 60% 이상으로 높았다. 오라클·SAP·인포 등 다국적 SW기업은 전체 매출에서 유지 보수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30∼40%에 달한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의 유지보수 매출 비중은 대부분이 한 자릿수에 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다 보니 고객 수가 늘어날 수록 유지보수 때문에 사업 존립까지 위협받고 있는 처지다.

 김기완 알티베이스 사장은 “다국적 기업은 유지보수 매출로 전체 인건비를 충당하는 구조”라며 “전체 매출의 30% 정도를 유지보수 매출로 달성해야 선순환 구조로 들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업대가 제 값 주자

 A기업은 지난 2005년 정부기관이 발주한 5억원 규모의 정보관리체계 재구축사업을 수주했다. 이에 앞서 해당기관의 지난 2000∼2001년 최초 정보관리체계 구축사업의 개발 비용 예산은 약 24억원이었다. 이렇게 예산이 적은 것은 재구축사업은 최초 개발 사업 단가의 40%의 요율을 적용하도록 돼 있는데다가 개발 범위도 일정 부분 줄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발주처는 타 사업자의 제안 내용을 제시하면서 ‘기간연장’ ‘월 투입인력(맨먼스) 확대’ ‘사업기간 내 발주처 의견 최대 반영’ 등을 받아들일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A기업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이를 승낙하고 프로젝트를 수행했지만 사실상 재개발과 비슷한 작업, 잦은 수정 요구, 발주처 사정에 의한 기간 내 개발 기간 조정 등으로 결국 해당 사업에서 적자를 기록했다.

 국내 IT서비스 기업이 한목소리로 SW 사업대가 현실화를 주장하고 있다. 대형 IT서비스 기업 한 관계자는 “지난해 공공사업을 수행하면서 단 한 건의 프로젝트에서조차 수익을 내본 적이 없다”며 “산업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수익을 바탕으로 R&D 투자가 이루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구축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우리 현실”이라고 한탄했다.

 정부는 SW 개발사업의 가격을 산정하는 기준으로 SW 사업대가를 규정, 적용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04년 프로젝트 투입인력(맨먼스)을 기준으로 하는 SW 사업대가 산정방식이 후진적이라는 지적에 따라 기능점수(FP:Function Point) 방식으로 전환했다. IT서비스 기업들은 일단 이에 대해 진일보한 조치로 평가하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 겉모습만 FP산정방식이란 지적이다. FP 전문가 부족에 따라 상당수 SW프로젝트들이 맨먼스로 예산을 책정한 후 그것을 다시 FP로 바꾸는 것이 프로젝트에 적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여전히 적정 사업 가격에서 20∼40% 낮은 예산이 책정되는 실정이다.

 또 선진국에서 시행하는 분석·설계·개발·테스트 등 업무에 따른 사업대가 차별화는 아직 꿈도 못 꾸고 있다. 최근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이 누리꿈스퀘어 방문 시 가졌던 IT업계 간담회 자리에서 윤석경 IT서비스산업협회장은 “FP를 정확히 산정하지 못하고 맨먼스를 다시 역환산하는 관례가 상존한다”며 이를 시정해줄 것을 건의했다. 유영민 한국SW진흥원장도 “정부 정보화 사업에서 분석·설계·개발·테스트 등의 업무에 대한 사업대가를 차별화해야 한다”며 “고급·중급·초급으로 나눠 대가를 일괄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출혈경쟁을 유발하는 선정 방식도 개선해야 할 사항이다. 현재 정부는 출혈경쟁을 막고 기술 위주의 사업자 선정이 이루어지도록 SW프로젝트 발주 시 기술점수와 가격점수를 7 대 3 혹은 8 대 2의 비율로 책정한다. 그러나 기술 위주의 경쟁으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분리발주 SW 선정 시와 마찬가지로 9 대 1의 비율로 기술 점수를 더욱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프로젝트 관리 방식 개선도 요구된다. SW 개발 프로젝트 계약 조건을 보면 상당수 계약서에 사업수행자는 발주처의 4㎞이내에 작업장을 정해야 한다는 것을 명시한다. 물론 발주처와 수행 인력이 함께 있으면 업무협의에서 보다 원활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인터넷과 통신수단의 발전으로 일부 인력이 발주처에 상주할 때 개발자들은 원격지에서 개발사업을 수행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 미국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가 인도에서 수행되는 것이 최근의 예다.

 그러나 국내 공공기관은 감리의 효율성을 내세우면서 맨먼스를 관리하고 사업수행 인력이 인근지역을 상주할 것을 고집한다. 실제로 지난해 작성된 한국정보사회진흥원의 전자정부지원사업 관리지침에 따르면 맨먼스 기준으로 관리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 수록돼 있다. 사업예산은 FP 방식이지만 관리는 맨먼스 기준이 적용되는 셈이다. 사업 수행 기업이 발주처에 공간이 부족하면 인근에 사무실을 마련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규정도 명확하지 않아 사업수행기업이 이 비용을 지급하는 일도 다반사다. 이러다 보니 IT서비스 개발인력 상당수는 1년에 절반 이상을 지방에 근무하는 게 태반이어서 회사에 대한 소속감도 적어지고 가정을 꾸려나가는 데 애로를 호소하기도 한다. 지난 2월 방한한 커크 캠벨 IDC 사장은 “미국 SW기업이 전 세계 시장을 호령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제 값을 쳐주는 미국 SW사업 환경에 기인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국내 휴대폰 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한 것은 수십만원에 이르는 최첨단 제품을 구매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는 것에 있음을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IT서비스 기업이 적자에 허덕이면 SW·HW 기업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적자를 보는 기업과 산업은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SW 제값주기는 SW산업 경쟁력의 근본 전제다.

◆용어설명:기능점수(FP)란? SW의 규모를 측정 및 예측하는 기법으로 1979년 미국 IBM의 앨런 J 앨버치에 의해 제안됐다. 투입인력을 통해 SW사업개발 규모를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요구 기능(트랜잭션 기능, 데이터 기능)을 파악해 SW규모를 파악한다. 기능점수는 최초 SW개발 프로젝트의 규모측정을 위해 고안됐으나 현재는 SW공학적접근을 통한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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