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웃을까, 아니면 여럿이 함께 웃을까?’
국내 1위 은행(이하 자산규모)인 국민은행과 주요 타은행의 금융IT정책이 확연히 구별돼 관심이다.
현재 국민은행이 독자 행보를 나타내는 부문은 차세대시스템의 핵심(코어)인 시스템 환경 그리고 모바일뱅킹 방식이다. 여기에 최근 확산되고 있는 IPTV를 활용한 T뱅킹에서도 주요 은행이 적극적인 반면 국민은행은 여전히 ‘관망’ 입장이다.
국민은행의 차별성은 작년 말 차세대플랫폼을 ‘메인프레임’으로 결정하면서 본격화했다. 차세대시스템의 플랫폼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유연성’을 장점으로 한 유닉스가 대세였다.
외환은행을 필두로 신한·하나은행·농협 등이 유닉스로 다운사이징하고 있으며 현재 구축을 검토중인 부산·대구은행 등도 유력히 보고 있다. 여기에 증권 업계에서도 메인프레임을 대부분 접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권에서 메인프레임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으나, 국민은행이 전격 ‘고수’를 결정한 것이다.
김용원 국민은행 IT기획부장은 “유닉스의 성능과 안전성 등에 고민을 많이 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서비스의 연속성과 빠른 리커버리(복구)를 위해 메인프레임으로 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차세대 모바일뱅킹 방식에서의 차이도 흥밋거리다. 2위 은행인 우리은행이 지난해 4월 버추얼머신(VM)방식을 개발했고 이에 맞춰 SC제일·하나은행·농협·한국씨티은행 등이 줄줄이 VM방식을 채택한 데 반해 국민은행은 올 2월 공인인증서 방식을 직접 개발했다.
VM 모바일뱅킹 방식은 지난해만 60만명에 가까운 가입자를 유치하며 대히트를 기록했다. 그래서 국민은행의 공인인증서 방식 채택은 다소 의외라는 시각이 많다. 최근 VM방식을 채택한 씨티은행 김지회 e비즈니스사업부 부장은 “VM방식의 보안성에 문제가 없고 인증서 방식에 비해 편리하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 당국에서도 보안성 측면에서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고 있다.
가입자 100만명을 돌파하면서 IPTV에서의 T뱅킹이 이슈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은행의 반응도 주목된다. 현재 농협·우리·신한·기업은행·우체국 등이 메가TV에서 T뱅킹 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반면, 국민은행은 여전히 소극적이다. 국민은행 한 관계자는 “(T뱅킹이 현재) 테스트 차원이지 거래는 거의 없다”면서 “한번 제공하면 끝까지 제공해야 하는 만큼 안정된 기반에서 시작하겠다”고 주도권 경쟁에 뛰어들지 않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한편 은행권 일각에서는 국민은행의 이같은 나홀로 정책이 1등은행 자존심, 신기술에 대한 보수적 시각 등이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문승철 국민은행 홍보실 차장은 ‘보수적’이라는 지적에 대해 “여러 면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해 방향을 설정할 뿐”이라며 “우리가 국내 금융기관 최초로 모바일뱅킹을 시작했으며 페이웰(공과금무인자동수납)기기도 처음 도입했다”고 일축했다.
김준배기자@전자신문, j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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