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업계를 비롯한 대기업들이 이명박정부의 감세와 규제 완화 의지에 투자로 화답했다. 집권 초부터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경제살리기’와 ‘성장 잠재력 제고’ 노력이 기업 현장에서 시동이 걸린 셈이다.
지식경제부는 지난 1·2월에 걸쳐 반도체·디스플레이·정보통신 등 제조업 19개 업종, 전력·유통 등 5개 업종 내 매출액 상위 203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설비투자 계획이 작년 대비 19.9%나 늘어난 62조5000억원에 달했다고 10일 밝혔다.
특히 세계 1위를 달리며 초호황을 누리는 디스플레이업종은 지난해 60.6%나 줄였던 설비 투자 규모를 올해 배 이상 늘려 잡았다. 일본·대만의 맹추격을 따돌린다는 전략이다.
IT 완제품의 경기의 선행 지표라 할 수 있는 전자부품 업종의 설비 투자가 늘어날 전망인 것도 우리 IT경제의 회복 가능성을 크게 해주는 대목이다. 전자부품 업종의 설비투자는 지난해 20.5%나 감소한 3678억원에 불과했으나, 올해 무려 32.5%나 증가한 4873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중전기기도 지난해 2484억원에 불과했던 투자액이 올해 3825억원으로 무려 54%나 급증할 전망이다.
지난해 극심한 가격 폭락을 겪었던 반도체는 전년에 비해 8% 가까이 투자액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액은 전년 대비 다소 감소하지만 전체 투자규모는 10조8887억원으로 전체 기업 투자 계획의 6분의 1을 차지하며 단연 1위를 기록할 전망이다. 가전도 지난해 40%대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던 투자액이 올해는 3.4%의 투자액 감소로 반전하고, 정보통신도 지난해 7.6% 증가에서 올해 3.4%로 증가율이 소폭 둔화될 것으로 점쳐진다.
성윤모 지식경제부 산업경제과장은 “이달 말까지 설치될 ‘기업도우미센터’와 연중 가동되는 ‘민관합동 현장조사단’을 통해 현장의 투자 애로를 상시적으로 해결하는 시스템으로 움직일 계획”이라며 “정부가 부품 소재·기술 집약적 자본재산업 육성, 서비스산업 진입장벽 완화 등을 통해 신규 투자처를 제공하는 데도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200대 기업 설비투자액의 내부 조달률은 78% 선으로 지난해 80.2%보다 다소 낮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우리 기업들의 자금 여력은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투자규모가 큰 자동차·조선 등의 업종은 내부 유보자금 조달 비율이 100%를 차지해 든든한 국가기간산업의 면모를 재확인했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2008년 200대 기업 업종별 설비투자 계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