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인터넷 업계의 가장 뜨거운 관심사는 ‘11번가’였다. 11번가는 SK텔레콤이 시작한 전자상거래 서비스다. 서비스 방식은 G마켓· 옥션과 같은 ‘오픈 마켓’이다. 오픈 마켓은 일반 쇼핑몰과 달리 판매자와 구매자가 거래할 수 있는 시장만 열어 주고, 대신에 일정 수수료를 받는 모델이다. 벌써 산업계에서는 11번가의 연착륙 여부를 두고 다양한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전자상거래 시장의 ‘태풍’이라는 시각과 ‘미풍’이 그칠 것이라는 상반된 분석이 공존하는 상황이다.
◇SKT의 노림수=11번가가 주목을 받은 데는 SKT라는 존재 때문이다. SKT는 11번가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SKT가 11번가를 알리기 위해 마케팅 비용으로만 1000억원 이상 쏟아 부을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그만큼 검증 과정을 철저히 거쳤다는 이야기다.
유무선 통신 업계의 거대 공룡으로 몸집을 키운 SKT는 수 년 내에 점유율 1위 업체인 ‘G마켓’을 따라 잡을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SKT가 콘텐츠에 지나칠 정도로 욕심을 부리는 데는 통신 사업은 정점에 달했다는 분석 때문이다.
그만큼 전략적인 방향 선회가 필요하고 지금은 이를 위한 수험료 기간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소 원칙 없이 보이는 콘텐츠 기업 인수와 신 사업 진출도 새로운 동력을 찾기 위한 과정인 셈이다. 사실 전세계 어느 나라를 둘러 봐도 인프라 업체가 콘텐츠까지 넘 본 사례는 드물며 더우기 성공한 사례도 많지 않다. 이런 단점에도 SKT가 끊임없이 여러 분야에 ‘잽’을 날리는 데는 그만큼 내부적으로 새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는 얘기다.
◇시장 환경은 SK에 불리=11번가 사업도 이런 맥락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시장은 SKT 주도로 흘러 가고 있지 않다. 자본과 인력이 풍부한 대기업이 유일하게 고전하는 분야가 바로 인터넷 시장이다. 전자상거래 분야 이 중에서도 오픈 마켓 시장만 놓고 봐도 이미 CJ그룹이 ‘엠플’로 출사표를 던졌지만 결국 ‘고배’를 마셨다.
수 백억원을 투자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게다가 오픈 마켓 시장은 상위 업체의 과점화가 뚜렷한 분야다. 랭키닷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G마켓·옥션 2개 업체 트래픽이 싸이마켓·다음 온켓·GSe스토어와 같은 8개 업체의 트래픽을 넘어 섰다. 2개 사이트로 집중되면서 사실상 시장은 독점 구도로 접어 들었다. 그만큼 후발 업체에게 힘겨운 시장 구도다.
◇승부수는 차별화=SKT는 대기업이자 통신사업자다. 개인적으로는 대기업이라는 점보다는 통신사업자 쪽에 더 큰 방점을 찍고 싶다. SKT가 화장품(체리야), 패션(바바클럽), 도서(모닝365) 쇼핑몰을 통해 상거래 노하우를 쌓았다고 하지만 경쟁 기업에 비하면 한참 뒤떨어진다.
대신 SKT는 브랜드와 소비자를 직접 상대해 온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 모바일 분야는 독보적이다. 어설프게 G마켓과 온켓을 흉내 내기 보다는 SKT만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 CJ그룹의 전폭적인 지지에도 엠플이 맥을 못 춘 데는 차별화 보다는 선두업체를 따라가는 데 급급했기 때문이다. 돈을 앞세운 다양한 마케팅 보다는 통신 서비스 분야에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전자상거래에 어떻게 접목할 지가 결국 SKT 11번가의 운명을 갈라 놓을 것이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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