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주)대한민국, 새 CEO의 고민

 “전임 노 사장은 경영을 해본 적 없는, 법률가 출신의 사회운동가였다. 그는 실물경제에 약했다. 기업 성장보다는 분배에 무게중심을 두는 오류를 범했다. 기업은 성장의 결과를 나누는 조직이지, 분배를 하고 성과를 올리는 조직이 아니다. 회사는 5년 동안 4.5% 수준의 낮은 성장률을 보였다. 고마운 것은 노 사장이 회사를 투명하게 했다는 점이다. 혁신을 추진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노무현 사장의 ‘끝’은 나의 ‘시작’이다. 후임인 나는 선임 사장의 성패를 안고 가야 하는 운명을 타고났다.”

 2008년 2월 24일 밤, 이명박 (주)대한민국 신임 사장은 노무현 전임 사장을 생각했다. 다음날 취임식임에도 불구하고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는 삼십대 사장을 거친 경영전문가이자 여러 부문에서 성과를 올린 바 있다. 주주총회에서 다른 사장 후보와는 달리 경험이 풍부하고 추진력이 있다는 점을 높게 평가받았다.

 그는 인수인계팀장이 전해주고 간 기업 인수인계서 때문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두 달 동안 정리해온 결과물이다. 인수인계서에는 재무제표는 물론 직원들의 경쟁력이 일목요연하게 들어 있다.

 전임 노 사장 5년간 경영실적을 보니 연평균 기업성장률은 4.3%다. 김영삼 사장 7.1%, 김대중 사장 7.2%에 비해 3% 가량 떨어졌다. 다른 기업 성장률 5%에 비해서도 모자란다. 반면 직원 숫자는 늘어났다. 정규직 직원만 6만6756명 늘었다. 2005년 물류담당 업무를 분사시켜 2만9756명을 줄인 것까지 포함하면, 정규직 수만 9만6512명이 늘었다. 인건비가 늘었고, 업무 중복으로 직원끼리 밥그릇 싸움을 했다.

 마케팅 부서도 심각했다. 수출은 지난해 3705억달러, 외환보유액은 2573억달러로 2002년 김영삼 사장 때보다는 좋아졌지만 문제는 환율이었다. 수출로 먹고 사는 회사로서 환율악화는 치명적이었다. 물건 하나 팔아 1100원씩 이득을 남겼으나 이제 900원밖에 벌지 못한다. 기획부서는 이 사장 취임 첫해 4.5% 성장 밖에 하지 못한다는 수치를 내놨다. 사내 연구소에서는 ‘뼈를 깎는 고통’을 전제로 ‘6%까지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원유는 종가 기준으로 100달러를 넘었다. 회사 제품을 수입하던 (주)미국은 경영 부실로 수입량을 줄이겠다고 통보해왔다. 하청을 담당하던 (주)중국은 지금의 단가로는 물건을 못 만들겠다고 고집을 피우고 있다. 일부 회사는 하청관계를 떼고, 직접 생산해 거래처를 잠식하고 있다. 기업 서열도 12위에서 13위로 미끄러졌다.

 혁신의 원동력이 될 직원 수준도 높은 편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직원은 4%대 성장에 대해 ‘운영을 잘했으니 이 정도’라고 주장했다. ‘이만하면 그럭저럭 먹고 살만하다’ ‘다른 기업에 비해 그렇게 뒤처진 것도 아닌데’ ‘당분간은 걱정없다’고 했다. 경험상 ‘4%’는 성장이 아니라 퇴보였다. 물가 인상분만 감안해도 4% 성장은 넘어서야 했다. ‘4% 성장에 만족하는 사람’들은 변화를 두려워하는 사람이었다. ‘4%’는 회사의 벽인 동시에 직원들이 만든 한계였다. 혁신이 필요했다.

 17대 (주)대한민국 이명박 사장은 인수인계팀장 보고서 마지막 장을 보자 한숨이 나왔다. 밤을 새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첫째, 유능한 인재로 구성된 TF팀을 꾸려 회사 위기 상황을 명확하고 빠르게 인식, 직원에게 알려야 한다. 둘째, 기업의 비전과 혁신 방향을 수립한 후 직원과 노조를 설득해서 구심점을 마련하라. 셋째, 강력한 리더십으로 혁신전략을 실행, 단기간 성과를 올려라. 넷째, 성과를 나눠 더 큰 혁신을 준비하라. 다섯째, 수시로 평가하고 수정하라.”

김상룡기자@전자신문, sr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