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향후 방송통신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 사이에 ‘통신시장 규제 권한’을 둘러싼 전운이 짙게 드리웠다.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주식 취득 인가과정에서 ‘주파수 800㎒ 독점문제’에 대한 두 기관 간 시각 차이가 2라운드를 예고하게 한 것이다.
두 기관 간 논쟁 결과에 따라 금융과 함께 대표적인 전문 규제 분야로 부상한 통신·방송에 적합한 규제의 틀이 획정될 전망이다.
◇공정위 공세 2005년부터 예고=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2006년 4월 전경련 조찬간담회에서 “통신과 방송 산업에서는 규제에 익숙해 경쟁 기본개념이 없다”며 “경쟁이 촉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종의 선전포고였다.
이에 앞서 2005년 5월 공정위는 KT 등 통신사에 요금담합 관련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 정통부와 한판 붙은 바 있다. 정통부의 행정지도에 규제의 칼날을 휘두름으로써 이중규제 논란과 함께 전문분야인 통신분야 규제 권한을 놓고 치열한 논란을 벌였다.
권 위원장의 통신시장 규제 의지는 지난해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욱 구체화했다. “(이동통신) 시장을 놔두고 제한 없이 경쟁하라고 하면 지배적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유리할 테고, 그렇다고 경쟁 제한을 상당 기간 지속하면 소비자 피해로 돌아갈 것”이며 “(과거)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 결합이 바람직한 것이었다고 하더라도 시정조치를 시장점유율 제한으로 한 게 적절했는지, 특히 우량 주파수(800㎒) 독점을 허용한 것이 적절했는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결국 이 같은 흐름이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조건부 인가로 이어져 △800㎒ 주파수 공동사용(로밍) 요청 거절 금지를 시정하도록 조치하고 △여유 대역의 회수·재배치를 요청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정통부 규제 관할 지켜라 역공= 형태근 대통령실 방송통신비서관(당시 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은 지난해 11월 ‘통신서비스 이용자 정책세미나’를 통해 “통신은 전문영역이기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일반 경쟁 규제기관이 관할권을 행사하기에는 무리”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형 비서관은 “미국, 영국, 일본, 독일 등 외국에서도 일반 경쟁 규제기관이 (통신시장) 관할권을 행사한 사례가 거의 없었다”며 “더 이상 논쟁할 여지가 없다”고 못박았다.
정통부에서는 권오승 공정위원장의 책까지 꺼내들었다. 권 위원장이 지난 2004년에 집필한 ‘통신산업과 경쟁법’을 통해 ‘통신위가 공정위의 10분의 1에 지나지 않는 규모로는 급변하는 통신시장과 국제적인 요구에 부응하고, 다양한 사업자의 이해관계 조정과 이용자 권익보호 기능을 수행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써 통신이 전문 규제영역임을 인정했다고 풀어냈다.
권 위원장이 지난 2006년 공동집필한 ‘정보통신과 공정거래’에서도 ‘공정위가 경쟁 제한적이라는 의견을 제시하더라도 정통부 장관이 반드시 구속될 필요는 없다”며 ‘규제권자 일원화가 바람직하다’고 했다.
정통부 고위 관계자는 이 같은 배경에 근거, “공정위가 주파수 문제에 개입하는 것은 월권”이라고 단언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의 800㎒ 로밍 허용의무를 반영하지 않고 △주파수 회수·재배치는 ‘정통부 장관이 관련법에 따라 할 일(정통부령)’로 못박게 됐다.
◇“싸움은 이제부터다”=정통부 측은 “미국 이동통신사업자인 싱귤러가 유선통신사업자인 AT&T를 합병하고, 티모바일 오스트리아가 텔레닷링 주식을 취득할 때 주파수 재배치 등이 조건으로 제시된 사례가 없다”며 “올해 안에 800㎒를 포함한 1㎓ 이하 우량 주파수 재배치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정통부가 내부적으로 검토해온 ‘주파수 로드맵’에 따라 애초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겉으로 공정위 요청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으되 알맹이를 ‘주파수 규제 권한 수성의지’로 꽉 채운 것이다. 800㎒ 로밍도 상황과 배경은 마찬가지다.
신설 방통위와 공정위 간 치열한 논리 싸움이 예고되는 배경이다. 주목할 점은 “미국에서는 통신방송 분야에서 연방통신위원회(FCC) 전문 규제와 법무부 일반 규제가 충돌하게 되면 FCC에 우선적으로 권한을 주는 게 일반적”이며 “영국에서는 방송통신 규제 기관인 오프컴(OFCOM) 권한이 일반 경쟁 영역으로 확산되는 등 규제가 전문화하는 추세”라는 법률 전문가의 전언이다.
이은용기자@전자신문, ey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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