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가 처음 HD DVD 플레이어 ‘HD-XA1’을 발매한 것은 지난 2006년 3월 31일.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차세대 DVD 표준 전쟁이 ‘블루레이’의 승리로 서둘러 마무리되면서 도시바는 오는 3월 말 HD DVD 양산을 완전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두 돌 생일이 HD DVD ‘제삿날’이 된 것이다.
이번 기술 표준화 경쟁의 제1의 교훈은 ‘속전속결’이다. 차세대 HD DVD 싸움은 결판나는 데까지 2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30년 전 소니의 ‘베타맥스’와 마쓰시타(JVC)의 ‘VHS’의 홈비디오테이프 표준 싸움은 10년 이상 계속됐다.
사업 철수를 공식 발표한 니시다 아츠토시 도시바 CEO도 기자간담회 내내 ‘스피드’를 강조했다. 전쟁을 조기에 종결시킨 것은 ‘눈 감으면 코 베어가는’ 무한 경쟁과 시장 변화 속도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후에도 사업을 이끌고 가는 것은 큰 손실로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판단이 옳다는 듯 도시바의 주가는 HD DVD 사업을 포기한 날 되레 5.7%나 급등했다.
두 번째 교훈은 ‘방심은 금물’이다. 실제로 도시바는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승산이 있는 게임이라고 봤다. 각종 조사 자료에서 도시바 HD DVD의 점유율이 소니의 블루레이보다 높게 나왔다. 분위기가 반전된 것은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던 미국 대형 영화사 워너브러더스가 예상할 겨를도 없이 도시바의 ‘뒤통수’를 때리면서부터다. 지난 1월 워너브러더스가 앞으로 블루레이만 지원하겠다고 밝힌 이후 미국 최대 할인점 월마트, 최대 DVD 우편 서비스업체 넷플릭스,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이 줄줄이 도시바에 등을 돌렸다. 무한경쟁 시대에 누가 적이고 누가 친구인지 방심할 수 없다. 관계를 뒤집는 데 하룻밤이면 충분하다.
우리나라도 와이맥스·지상파DMB 등 다양한 국제 기술 표준 싸움에 뛰어들었다. 혹시 우리도 승산 없는 싸움에 질질 끌려다니는 것은 아닌지, 제휴 계약서 하나만 믿고 전 세계 기업 ‘친구’들한테 믿음을 주는 데 소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갑자기 궁금해진다.
류현정기자<국제부>@전자신문, dreamsh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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