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전지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의 양산 경쟁이 대기업 4파전으로 치달았다.
선도주자인 동양제철화학이 오는 2010년까지 전세계 공급물량의 20%선에 달하는 1만5000톤의 생산력 확보를 추진하고 있으며, KCC도 6000억원을 투자해 연간 생산량 6000톤의 공장을 2010년부터 본격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장기적으로 KCC는 생산량을 1만8000톤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여기에 삼성석유화학이 폴리실리콘 연구개발(R&D)를 위한 연구소를 구축하며 사업 진출에 시동을 걸었다. 웅진그룹도 이르면 3월께 전체적인 투자 계획과 사업 방향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폴리실리콘의 국내 생산 및 공급이 확대되면서 태양광산업의 대외 의존도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폴리실리콘 생산국 대열에= 지금까지 반도체·태양전지 제조용을 통털어 폴리실리콘은 전량 수입에 의존해왔다. 세계 최대 폴리실리콘 생산업체인 미국 헴록이 실트론을 통해 국내에 가장 많이 공급했다. 독일의 바커, 일본 도쿠야마, REC 등 외국기업의 독무대였다.
우리 기업들이 대거 생산 경쟁에 뛰어들면서 곧 자체 내수 공급 뿐 아니라 명실공히 폴리실리콘 수출 국가로 거듭나게 됐다. 오는 2010년까지 7만톤 안팎으로 예상되는 폴리실리콘 전세계 생산 물량에 대해 이미 수요처와 계약이 끝난 상태다. 그만큼 ‘품귀’에 가까울 정도로 공급부족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우리 기업들도 ㎏당 임의계약시 200∼300달러를 호가하는 고부가 소재의 생산에 뛰어든다는 점에서 산업적 효과가 클 수 밖에 없다.
◇태양광산업 경쟁력 제고 기회= 태양전지의 셀, 모듈, 발전설비를 아무리 발전시키더라도 사실 셀 제조의 원재료인 폴리실리콘의 자주화를 이루지 않으면 태양광산업 전체의 독립적 발전도 이뤄질 수 없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특히 2010년 이후 본격화할 태양전지 공급 단가 경쟁에서 국내 생산력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세계 태양광시장에서 한국산 관련 제품은 경쟁에서 낙오될 수 밖에 없다.
기업들의 본격적인 폴리실리콘 생산은 국내 전체 태양광산업에도 원료-전지-모듈-발전설비 등으로 이어지는 계통 기술을 모두 확보한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양산과 품질 조기 안정이 핵심= KCC는 폴리실리콘 생산 착수 발표와 함께 미국 솔라파워인더스트리스사와 오는 2013년까지 6년간 약 1억달러 규모의 장기공급 계약을 마쳤다. 동양제철화학도 최근 독일 도이체솔라에 4800억원 규모의 공급 계약을 맺었다.
웅진그룹은 글로벌 합작파트너인 미국 썬파워라는 든든한 구매자가 뒤를 받쳐 한결 부담 없이 생산에 돌입할 수 있는 입장이다.
폴리실리콘은 대규모 투자가 선행되야 하는 사업으로 그만큼 위험이 크다. 당분간이라면 모를까 장기적으로 공급 과잉이 도래하면 설비투자에 들인 자금 대부분을 잃을 수도 있다.
헴록 등이 여전히 생산설비를 확장하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은 ‘타이밍’은 제대로 맞춘 것으로 평가됐다. 다만, 생산의 안정화와 원활한 고품질 양산 체제를 누가 먼저 갖추느냐에 경쟁의 초점이 맞춰지게 됐다.
김동현 웅진홀딩스 상무는 “궁극적으로 폴리실리콘 생산력을 갖고 있어야 태양광사업 전체의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조만간 투자계획과 생산 목표를 확정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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