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각국이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치 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산업화에서 낙후된 아프리카 대륙이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인지 주목되고 있다. 최근 지중해종단재생가능에너지조합(TREC, www.desertec.org)은 요르단과 함께 유럽연합 의회에 DESERTEC 프로젝트를 공식 제안했다. 유럽연합이 향후 30년에 걸쳐 최대 3천억유로를 투자할 것을 검토 중인 이 초대형 프로젝트는, 북아프리카와 중동의 지중해 연안국들(모로코·알제리·리비아·요르단 등)을 중심으로 사막지역에 태양열 집중식 발전소를 건설하고 여기에서 생산된 전기를 지중해 해저 송전선을 거쳐 유럽에 공급한다는 계획을 골자로 한다. 목표대로라면 유럽 전기 수요의 6분의 1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탄소배출 없는 태양에너지로 충당하게 된다. 현재 수준으로는 석탄 화력 발전에 비해 경제성이 떨어지나, 기술 발전과 대규모 설비 덕에 미래에는 원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프리카는 일조량·지가 등 태양에너지를 포획하기에 최고의 조건을 갖고 있으며, 국제적으로 나날이 기후변화와 에너지 안보가 중요해지면서 유럽 자본을 끌어들이기에 유리한 국면이 조성되고 있다. 외국 자본과 기술을 들여 대규모 태양열 발전 설비를 짓고 나면, 생산되는 전력의 일부는 자국 내에서 소비하고 나머지는 지중해 건너로 송전, 무한한 에너지를 수출하는 나라가 된다. 이 계획이 실현되면 신재생에너지 분야를 중심으로 북아프리카 국가들의 산업화에 큰 진전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거대 프로젝트의 실현 여부와 별개로, 아프리카의 태양광 산업은 현재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인구밀도가 낮고 부족마을 단위로 넓게 흩어져 있는 특성상 비도시지역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국가 전력망(그리드)을 설치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여러 나라에서 분산형 태양광 발전이 해법으로 제시됐다. 태양광 발전 보급에 가장 앞서 있는 나라 중 하나인 탄자니아의 예를 보면 전체 인구의 10%, 비도시 인구의 2%만이 전력망에 연결돼 있는데, 국제기구·공공협회·민간회사 등이 나서 저렴한 태양광 시스템 보급 사업이 활발하다.
아프리카의 신재생에너지 보급은 화석연료에서 신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 시스템 전환을 모색하는 선진국들에 사례 연구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일부 학자들은 아프리카 대룩이 종래 의미의 산업화의 단계를 건너뛰고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맞이할 수 있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공해산업이 거의 없는 대신, 향후 송전 또는 카본프리(carbon-free) 수소 수출, 탄소 배출권 판매, 촉매용 귀금속 자원 개발, 신재생에너지 산업 유치 등을 경제개발의 축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박상욱 박사/서섹스대 과학기술정책연구단위(SPRU) Sangook.Park@sussex.ac.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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