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디스플레이 강국](4부)도전하라 응전하라

 우리나라 LCD 산업이 이제 세계 정상에 우뚝 섰다는 데 이견을 달 사람은 없다. 비록 대만·중국 업체들의 물량 공세에 쫓기고 원천기술과 부품·장비 등 후방산업 인프라를 앞세운 일본으로부터 끊임없이 위협을 받는다고는 하나 패널과 세트 모두 우리 업계가 세계 시장을 쥐락펴락한다. 삼성과 LG가 일찌감치 수직계열화에 나섰던 결실이 무르익은 덕분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들의 행보에 세계 디스플레이업계는 한순간도 시선을 떼지 못한다. 그러나 안주할 수는 없다. 우리에게 도전해오고 있는 해외 경쟁사들을 멀찍이 따돌리고 LCD 최강국의 위상을 굳히기 위해 더욱더 고삐를 조여야 한다. 삼성과 LG가 어떻게 준비하는지를 살펴봤다.

◆삼성전자 전략

 2년 연속 전 세계 TV 시장을 석권한 삼성전자가 올 한 해 내세운 키워드는 이른바 ‘3C(콘텐츠·연결편의성·창의성)’다. 단순한 TV에서 나아가 풍부한 콘텐츠를 담아내고 PC나 외부 주변기기와의 접속 편리성을 강화하는 한편, 디자인의 창의성을 높여 세계 TV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뜻이다. 삼성전자는 LCD TV 제품군에 3C의 철학을 적극 반영하고 중형 OLED TV·울트라슬림 LCD TV 등으로 차세대 시장을 선점, 영원한 세계 1위를 굳힌다는 전략이다. 올해 LCD TV로만 1800만대 이상을 판매해 2위와의 격차를 더욱 벌리기로 했다. 특히 40인치 이상 대형 LCD TV 판매비중을 40%까지 대폭 늘려 이 분야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26%를 달성하기로 했다. 지난해 세계 1위에 오른 모니터 사업도 올해 20인치 이상 대형 제품 비중을 확대하고 네트워크·영상통화·전문가용 등 특수 모니터 시장을 집중 공략하기로 했다.

 LCD 패널사업은 더욱 공격적이다. 삼성전자 LCD총괄은 올해에도 과감한 선행투자와 발빠른 신제품 출시로 세계 시장 1위를 확고히 다진다는 계획이다. 특히 7세대 라인 증설에 적극 나서 원판기준으로 월 22만장 수준인 생산량을 월 28만장까지 늘릴 계획이다. 8세대 2단계 라인도 올 3분기부터 양산에 들어가 연말까지 월 11만장 규모의 양산능력을 갖추기로 했다. 이를 위해 7세대 및 8세대 라인 증설에 올해에만 총 3조7000억원의 투자를 단행한다. 내년 8세대 2라인 가동에 대비해 건물 투자는 물론이고 천안사업장에 대한 보완 투자도 준비 중이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전략은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대형 LCD 패널 시장에서 확실한 리더십을 지켜내기 위해서다. 삼성전자 LCD총괄은 디지털간판(DID) 등 미래 신시장도 적극 모색 중이다. 지난해 일본 요코하마 ‘FPD 인터내셔널 2007’에 디지털간판용 LCD를 출품해 시선을 모았던 삼성전자는 올해 40인치대부터 82인치대까지 폭넓은 제품군을 앞세워 옥외 디지털간판 시장을 본격 공략할 계획이다.

◇인터뷰-장원기 부사장-삼성전자 LCD총괄 HD LCD사업부장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차별화하는 것이 첫째, 글로벌 사업구조를 확고히 갖추는 것이 둘째, 차세대 신성장 사업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셋째입니다.” 장원기 삼성전자 LCD총괄 부사장(HD LCD 사업부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세 가지 핵심 전략을 이렇게 설명했다. 이미 외형이나 수익성 면에서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삼성전자지만 해외 경쟁사들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잠시도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다. 그는 “당장 올해 TV 시장에는 46·52인치급 프리미엄 제품에, 모니터는 20인치 이상 와이드 제품, 노트북은 저전력 LED 등 고부가·고효율 제품, 중소형 제품은 고해상도 제품에 각각 역점을 둘 것”이라며 이로써 남들보다 앞선 수익성을 갖추겠다고 말했다.

 글로벌 사업 운영전략도 올해 들어 한층 가속화했다. 원가 경쟁력과 현지 시장 대응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중국 쑤저우에 제2 모듈 공장을 가동한 데 이어 지난달부터는 유럽 슬로바키아 모듈 공장을 양산 가동했다. 장 부사장은 “특히 슬로바키아 공장은 전세계 LCD TV 시장 수요의 40%를 차지하는 유럽 지역의 생산 거점”이라며 “현재 성공적인 양산체제에 돌입했다”고 설명했다. 야외 광고용 디스플레이나 홈시네마 개념의 차세대 TV, ‘개인용디지털보드(PDB) 등을 미래 성장 사업으로 추진중이다. 다만, 차세대 라인투자나 대만·중국 등 해외 패널업체들과의 제휴는 신중히 접근하기로 했다. 그는 “올 한 해 전 세계 LCD 패널 시장의 수급상황을 봐야하겠지만 5.5세대와 11세대 라인투자는 아직 검토하고 있지 않다”면서 “해외 패널업체들과 협력계획도 현재로선 필요성이 없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LG전자 전략

 LG전자는 올해 전 세계 LCD TV 시장에서 점유율 10%대를 달성함으로써 사상 처음 ‘톱3’에 진입한다는 목표다. 앞선 기술력과 차별화된 디자인을 내세운 제품군으로 지난해보다 배 이상 늘어난 1400만대를 판매할 계획이다. 특히 올해 초경박 45㎜ 두께에 고광택 블랙·레드 색상으로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연출한 ‘LG 60 시리즈’가 최대 전략 무기다.

 LG전자가 올해 LCD TV에 구현할 기능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게 ‘인텔리전트 센서’다. 세계 최초로 선보인 인텔리전트 센서는 주변 환경을 스스로 감지, 밝기·명암비·색감 등을 자동 조절해준다. 사용자가 TV를 장시간 시청할 때 느끼는 눈의 피로를 덜어주고 불필요한 밝기를 줄여 소비전력 절감효과도 있다.

 LG필립스LCD(LPL)는 LCD 패널 시장에 아성을 굳힌다. 대만의 추격을 따돌리고 수익성을 고도화하기 위해 프리미엄 시장에서 확실한 주도권을 쥔다는 계획이다. 특히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갖춘 LED 백라이트 노트북PC 패널을 조기에 양산함으로써 세계 시장 점유율을 크게 확대하기로 했다. 프리미엄급 TV 시장에서 120㎐ LCD 패널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하고 120㎐ 구현 성능에서 앞선 ‘S-IPS’ 기술방식의 우수성을 널리 알려나갈 예정이다. 추가 증설 투자 없이도 생산능력을 꾸준히 높일 수 있는 이른바 ‘맥스캐파’ 활동에 더욱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기존 생산 설비의 효율을 30% 이상 높일 계획이다. 안정적인 고객 기반을 갖추기 위해 수요처 다변화와 패널 외주 조달도 빼놓을 수 없는 전략이다. LPL은 기존 고객사 가운데 한두 곳과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는 한편, 대만 패널 업체로부터 외주 조달 비중도 10% 선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의 기술 주도권도 놓치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LPL은 지난해 4분기 소니에 e북 패널을 공급한 데 이어 올 연말께 ‘e뉴스페이퍼’를 양산하기로 했다. 또 비슷한 시기 컬러 전자책과 컬러 플렉시블 OLED를 개발, 차세대 기술 경쟁을 선도할 계획이다.

◇인터뷰 -여상덕 부사장-TV사업부장

 “비록 대만이 ‘빠른 추종자’ 전략으로 수혜를 얻고 있으나 전 세계 시장의 방향키는 우리가 쥐고 있습니다.” 여상덕 LPL TV사업부장(부사장)은 최근 대만 패널업체들의 추격이 거세긴 하지만 시장 패권을 좌우할 만큼 위협적이지는 않다고 했다. 우리 업체들이 발빠르게 차세대 투자에 나서고 신규 시장을 개척해 온 반면에 대만 업체들은 시장성을 검증한 뒤에야 뒤쫓아오는 후발주자 정도기 때문이다. 특히 LPL의 강점은 앞선 기술력이다. 여 부사장은 “차세대 생산라인을 성공적으로 건설하고 나아가 생산성까지 극대화한 생산 기술력과 차별화한 제품 기술력은 한순간에 갖출 수 없는 경쟁력”이라며 “대만 업체들은 리스크를 피할 수 있으나 시장을 선도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LPL이 대만 패널업체들을 상대로 거액의 특허 소송에서 이긴 것도 꾸준히 축적한 기술경쟁력 덕분이다.

 대만뿐만 아니라 국내외 모든 경쟁사가 따라올 수 없을 만큼 강한 체질을 갖추는 게 LPL의 올해 최대 목표다. LPL이 지난해부터 모든 업무 분야에 걸쳐 개인별 인적 역량과 팀워크를 강화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이 같은 노력으로 LED 백라이트 패널과 120㎐ 제품 등 차세대 시장에도 가격 경쟁력을 조기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또 시장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필립스·LG전자·도시바 등 대형 고객사는 물론이고 미국 비지오와 중국 스카이웍스 등으로 고객 기반도 크게 확대하고 있다.

 여 부사장은 “연구개발(R&D)에서 구매·영업에 이르기까지 전사적인 차원에서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면서 “어떤 상황이 닥쳐와도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회사로 만들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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