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신성장동력은 신기루?

 ‘활기찬 시장 경제’와 이를 위한 과감한 ‘기업규제 혁파’.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지난주 발표한 국정과제의 경제정책 방향이다. 언뜻 보면 5년 전 참여정부의 그것과 유사하다. 참여정부도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 질서 확립’이라는 슬로건 아래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을 약속했다. 다만 ‘투명하고 공정한 경제시스템 구축’도 함께 내걸었다. ‘자유’보다 ‘공정’에 더 무게 중심을 뒀다는 평가다. 금산분리·출자총액제 등의 규제 개선에 나선 이명박정부는 참여정부에 비해 분명 성장 지향적이다.

 두 정부의 차이를 더욱 극명하게 보여주는 건 신성장동력산업이다. 내용도, 지향점도, 절차도 사뭇 다르다.

 인수위는 신성장동력산업으로 의료·보건 등 건강(헬스케어)을 비롯해 관광·에너지·환경·문화콘텐츠·금융 등을 꼽았다. 참여정부 10대 신성장동력은 차세대 반도체, 지능형 로봇, 미래형 자동차 등 첨단기술산업 일색이었다. 문화콘텐츠산업이 유일하게 겹쳤지만 인수위는 ‘디지털’이라는 수식어도 떼어냈다. 산업계는 궁금해 한다. 인수위가 참여정부 10대 신성장동력 산업 선정이 그릇됐다고 보는 것인지, 그냥 놔도 될 정도로 잘 굴러가니 다른 것을 찾은 것인지….

 이명박 당선인은 신성장산업을 직접 거론하면서 “미국은 환경 관련산업으로만 약 500만개 일자리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관광업계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메가트렌드’란 책을 보니 21세기 미래 산업은 정보·환경·관광 산업 3개더라”면서 “여러분이 (세계와 경쟁하면서 나가는) 첨단산업분야 기업만큼 노력하면 더 큰 성과를 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더 큰 성과란 바로 일자리 창출이다.

 오해가 풀렸다. 이명박정부도 첨단산업의 중요성을 간과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간판 수출 산업이며 또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여긴다. 다만, 고용창출과 경제파급력에서는 한계가 있다고 보는 듯하다. 특정 업종에 국한한 ‘그들만의 리그’일 수 있다는 그런 시각이다.

 과기부와 정통부를 해체하고 신성장동력산업에 거론하지 않는다고 첨단산업계는 홀대받는다고 받아들일 필요는 없겠다. 새 정부는 다른 산업의 경쟁력을 첨단산업처럼 키워 경제 전반에 활력을 주는 데 무게중심을 둘 뿐이다. 방향도 그다지 나쁘지 않다. 무엇보다 분야와 주관부처 선정에 1년여를 소비한 참여정부와 달리 신속해서 좋다.

 다만, 한 가지를 짚고 넘어가야겠다. 참여정부 신성장동력은 몇 개월간 정부와 업계 전문가 토론을 거쳐 선정됐다. 신정부 신성장동력은 당선인의 입에서 갑작스레 튀어나왔다. 물론 당선인의 오랜 구상일 수 있다. 인수위 토론도 있었으리라. 그래도 즉흥적이라는 냄새가 가시지 않는다. 무엇보다 5년, 10년 뒤 먹거리라며 이전 정권이 찾아낸 것이 한순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서는 곤란하다. 이명박정부의 신성장동력 시한이 채 5년을 넘지 못한다면 말이 되겠는가. 기존의 신성장동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밝혀야 한다. 하다못해 이러저러한 이유로 새 것으로 대체한다는 의견 표명 정도는 있어야 한다. “정부가 할일을 다했으니 이젠 민간의 몫”이라는 식이라도 말이다.

 정부 정책의 생명은 연속성이다. 임기 내내 추진해온 일을 한마디 말도 없이 없앤다면 누가 정부를 믿고 따르겠는가. 산업계를 ‘닭 쫓던 개’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신화수 전자경제부문 부국장 hs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