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IT(GT)가 미래다](4)발등의 불 ‘대기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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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상자를 찾은 고객이 고유가와 전기요금 누진제 영향으로 대기전력을 최소화한 저전력 가전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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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기전력 저감이 ‘그린IT’의 핵심 이슈로 부상했다.

 대기전력은 TV·컴퓨터 등 전자제품을 실제로 사용하지 않는 대기상태에서 소비되는 전력을 말한다. 세계적으로 전기·전자제품 전체 전기에너지 소비량에서 차지하는 대기전력은 2%나 된다. 더욱이 대기전력 저감은 전기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범세계적으로 대기전력 감소를 위한 방안들을 마련 중이다.

 특히 전기·전자 제품들이 네트워크로 연결, 항상 대기 상태를 유지하게 되면서 관심은 더욱 커졌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대기전력 경고 라벨제’라는 정부 차원의 제도를 마련해 올해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업계 현실을 무시한다는 반발도 일부 없지 않으나 대기전력 감소는 선택이 아닌 필수사항으로 떠올랐다.

 정부는 지난해 말 8∼15W(와트)의 대기전력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가전기기에 소비자가 볼 수 있도록 ‘기준 미달제품 경고’ 라벨을 부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에너지이용합리화법을 개정 공포했다. 개정법은 세계 최초로 대기전력 기준 미달제품에 불이익을 주는 제도로 주목받았다.

 개정 에너지이용합리화법이 공포된 지 8개월이 되는 오는 8월 28일까지 관련 시행령·시행규칙·산자부 고시 등도 모두 마련될 예정이다. 정부는 우선 PC·셋톱박스·모니터·프린터·TV·복합기의 6개 핵심품목을 우선 적용대상으로 하고 나머지 품목은 2010년 이후 적용할 방침이다.

 특히 위성방송과 디지털케이블TV 등의 셋톱박스는 사용하지 않을 때에도 서버와의 통신에 상당한 대기전력을 사용해 유통되는 셋톱박스의 90%가 라벨 부착 대상이 될 전망이다.

 이 같은 프로그램은 대기전력을 1W 이하로 낮추는 국가로드맵 ‘스탠바이 코리아 2010’이라는 단계별 전략에 따른 조치다. 로드맵은 1단계로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자발적 1W 정책을 추진했다. 이어 2009년까지는 의무적 정책 전환준비와 일부제품 의무규정이 적용되는 2단계를 적용한 뒤 마지막 3단계로 2010년부터는 모든 분야에 걸쳐 의무적 1W정책을 적용한다. 이를 통해 오는 2010년 국내 전기에너지 누적 절감량은 28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정부는 기대했다.

 업계도 대기전력 감소가 제품 원가 상승 요인과 선택기준이 된다고 판단, 대비를 서두르고 있다.

 삼성전자의 간판 상품 ‘보르도’ LCD TV는 대기전력을 1W 미만으로 낮췄다. 레이저프린터·복합기·휴대폰 충전기·LCD 모니터·디지털TV·홈시어터·세탁기 등의 제품에도 대기전력을 1W 미만으로 낮추는 기술을 적용했다. 세탁기는 2004년 3월 대기전력을 완전히 차단한 하우젠 드럼세탁기를 출시한 이래, 업계 최초로 에너지 효율 1등급 드럼세탁기를 선보였다.

 LG전자가 시판 중인 양문형 냉장고는 월간 전력소비량이 20㎾h대에 머문다. 10년 전 양문형 냉장고가 처음 출시됐을 때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대기전력을 1W 미만으로 낮춘 TV도 시간당 전력소모량을 초기 제품에 비해 절반으로 낮췄다. 42인치 기준으로 LCD TV는 250W, PDP TV는 310W 정도. 전자레인지와 LCD 모니터·데스크톱PC 등이 에너지 저감 기술 개발이 더 필요한 분야다.

 후지쯔는 이용자가 자리를 뜨면 컴퓨터 화면 전원이 바로 꺼지는 기능을 개발했다. 칩 제조업체인 AMD도 저전력 제품 개발에 적극적이다. 소니는 대기전력을 0.1W까지 낮춘 기술을 개발해 브라비아 LCD TV에 적용 중이다.

◆세계적 대기전력 규제로드맵

 세계 각국은 이미 대기전력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 중이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각 기관·단체의 에너지 효율 등급표시 적용과 그에 따른 규제 움직임도 활발하다.

 미국 환경보호국(EPA)은 각종 전자제품에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기 위한 ‘에너지 스타’ 프로그램을 가동 중이다. ‘에너지 스타’는 에너지 효율이 우수한 제품을 인증하는 제도다.

 LPL·코닝·머크 등을 중심으로 결성된 LCD TV협회는 ‘에너지 스타’와 연계해 최적 효율의 제품에 대해 인증하는 ‘그린 TV’ 프로그램을 추진한다. 이와 관련, 최근 로고를 발표하고 세부적인 친환경·저전력 요건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유럽지역은 지난 2006년 유럽연합(EU) RoHS의 가동과 2008년부터 도입될 친환경설계지침(EuP) 등을 통해 환경규제를 강화했다.

 특히 최근에는 EU 에코디자인(EuP) 지침 적용대상 가전제품과 사무기기의 대기모드 소비전력 요건을 단계적으로 강화하자는 제안이 EuP 지침 이행자문그룹회의에서 제기됐다. 자문그룹은 대기 시 소비전력 요건을 품목별 이행수단 발효 1년 이후 1W 이하로, 3년 이후부터는 0.5W 이하로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호주는 연방정부 차원의 대기전력경고 라벨 의무표시제를 준비 중이다. 대상은 대기전력 1W 초과하는 모든 제품이다.

 국제기구를 통한 움직임도 본격화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해부터 각국 정부가 시행하는 효율기준 및 에너지라벨링제도에 관한 ‘기기 에너지효율향상 실행협약’을 추진 중이다. 이는 기후변화협약 대응을 위해 OECD 국가 정부 대표가 참여하는 최초의 정책중심 에너지절약 국가프로젝트다. 이 가운데 대기전력 분야에는 호주를 중심으로 한국·덴마크·영국·프랑스·네덜란드·미국·스위스·EU위원회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대기전력, 에너지 얼마나 잡아먹나

 대기전력은 실제로 사용하지 않는 시간대에 소비되는 전력으로 리모컨 신호대기, 타이머 또는 모니터 표시 등과 같이 기기 본래의 기능과는 무관하게 전기가 낭비된다. 대기전력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전력을 야금야금 갉아먹는 까닭에 ‘전기 흡혈귀’라고도 불린다. 하지만 어떤 전자기기가 어느 정도의 전기를 소모하는지 잘 모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지금 이순간에도 3억대의 전가기기가 쉬지 않고 평균 3.66W의 대기전력을 소비한다. 매년 한 달 전기상용량에 육박하는 가구당 306㎾h를 사용한다. 이를 돈으로 환산하면 국가전체로 매년 5000억원이 낭비된다. 사용해 보지도 못하면서 85만㎾급 발전소 1기가 쓰지도 않는 대기전력을 위해 돌아가는 셈이다.

 한국전기연구원에 따르면 전기전자제품 중 대기전력이 가장 높은 제품은 DVD플레이어다. 평균대기전력은 12.20W에 달한다. 뒤를 이은 제품은 오디오로 평균 8.61W를 사용한다. 이 밖에 외장형모뎀·셋톱박스·비디오 등도 상대적으로 대기전력을 많이 소모하는 품목이다.

 미국의 사회운동 전문 비영리 매거진 ‘GOOD’는 가장 많은 대기전력을 소모하는 제품으로 ‘PDP TV’를 꼽았다. 연간 1452.4㎾가 전원을 끈 상태에서 허공으로 사라진다고 매거진은 지적했다. 미국의 전기요금이 ㎾당 평균 11센트 수준이라고 보면 PDP TV는 전원을 끈 상태에서도 1년에 약 160달러를 먹어치우는 셈이다.

윤대원기자@전자신문, yun1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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