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하이닉스, 메모리 세계 주도권 지킨다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차세대 비휘발성 메모리 사업 2단계 기술개발 추진전략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가 16년 만에 다시 손을 잡고 차세대 메모리 개발에 나선 것은 ‘D램과 플래시메모리 다음은 무엇일까’ 하는 물음에서 출발한다. 두 회사는 미세화의 한계에 봉착한 D램이나 플래시메모리의 뒤를 이어 반도체 시장을 이끌어 갈 새 ‘불쏘시개’가 필요했다. 협력을 통해 차세대 메모리 원천기술을 조기에 개발함으로써 미래 시장 주도권을 유지하는 한편 갈수록 중요성이 커질 지식재산권 분야에 힘을 과시하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 협력의 효과는 당장 나타났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공동 R&D 발표와 함께 산업자원부 주도로 진행된 ‘한양대 차세대 비휘발성 메모리 소자개발 사업단’ 사업에서 발생한 차세대 메모리 관련 특허 8건을 구매했다. 차세대 메모리 소자·재료 분야에서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한 단계 도약이 필요하다=우리 메모리 반도체 업체는 지난 92년 64MD램을 세계 최초로 발표한 이래 한 번도 선두 자리를 내준 적 없다. 하지만 핵심 소자구조 같은 원천기술은 여전히 해외에 의존한다. D램 분야는 인텔에, 낸드플래시 분야는 도시바에 매년 수억달러의 특허 사용료를 낸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업체들이 최근 메모리 반도체 정상 탈환을 위해 연합전선을 구축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협력 분야가 수직자기형 비휘발성 메모리(STT-M램) 기술인 점도 주목할 만하다. 바로 도시바·NEC·후지쯔가 R&D 과제로 개발 중인 것과 동일하다. STT-M램은 D램과 플래시메모리가 미세화 한계로 인해 개발하고 있는 P램이나 Re램 등에 이어 차세대 메모리 시장을 주도할 품목으로 떠올랐다. 2012년부터 시장을 형성할 전망이다. 한일 경쟁은 STT-M램을 얼마나 빨리 개발하는지에 달려 있다.

 ◇결과만큼 협력에 대한 인식이 중요=박성욱 하이닉스 부사장은 “하이닉스는 다양한 협력관계를 통해 핵심 경쟁력 강화를 시도해왔다”며 “차세대 메모리 개발을 위해 삼성전자 등과 협력한 이 프로젝트는 한국 반도체 업계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메모리 업체들이 손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88년 4MD램 개발 당시 삼성전자와 현대전자·금성반도체·한국과학기술원(KIST)·서울대 등이 참여한 4MD램 프로젝트가 있었다. 4MD램 개발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평가되자 91년 16MD램 개발과 92년 64MD램 개발도 유사한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64MD램까지 공동전선을 펼쳐온 기업들이 256MD램부터 독자노선으로 선회한 것은 자신감 때문이었다. 삼성전자는 하이닉스(당시 현대전자) 등에 비해 기술이 앞섰다고 보고 일본이나 미국 반도체 업체들과 기술개발 컨소시엄(SELETE·SEMATECH 등)을 구축해 R&D를 진행해 왔다.

 독자노선을 걷던 국내 기업이 모처럼 의기투합한 것은 차세대 메모리 분야에서 일본과 미국이 견제를 노골화했기 때문이다. 협력은 성공 확률도 그만큼 높이고 리스크를 줄일 뿐만 아니라 핵심 원천기술을 선점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개발한 원천기술이 상용화까지 가지 않더라도 경쟁업체의 개발이나 상용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특허 기반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문정기자@전자신문, mjj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