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를 만난 하수(下手)의 느낌은 다양하다. 일단 하수가 고수를 알아보는 것 자체가 힘들다. 알아보았다 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고수인지 아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하수가 고수를 나름대로 평가하고 분석한다.
고수를 신처럼 떠받들기도 하고 아예 무시하기도 하는 것은 하수의 무지함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자신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인정해 줄 수 있는 이를 만나지 못한 고수는 심한 고독을 느끼기 쉽다. 그래서 고수는 비록 적이나 경쟁자라 할지라도 같은 고수를 만나면 희열을 느낄지도 모른다. 하물며 그 상대가 같이 나아가는 동료라면 얼마나 행복하겠는가.
고수의 세계는 그렇지만, 아무튼 하수가 고수를 만나는 것은 참으로 행운이고 감사한 일이다. 독자들도 대부분 자기 분야의 그런 고수를 만난 적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감사하게도 한의학을 하면서 고수를 몇 분 만났다고 생각된다(물론 고수인 줄도 모르고 지나쳐버린 분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고수이신 분들을 만날 때 드는 느낌은 이랬다. ‘훌륭하지만 뭔가 좀 아쉽다’, 혹은 ‘정말 대단하다. 구름까지 올라간 산과 같구나. 그런데 나는 저 높은 산을 언제쯤 올라갈 수 있을까.’ 대부분 그랬다.
그런데 어떤 고수들과의 만남은 달랐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어린이 같은 마음이 돼 참 편안해지고, 어렵던 내용이 아주 상식적인 것을 외면했기 때문이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는, 학문에 대한 욕심과 선입관이 사라진 평안과 자유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런 사람들과 배움의 길을 함께 하지 않을 수 있을까.
지금 생각해도 그런 인연을 만날 수 있었음을 감사드리고 있다. 아마도 뜻이 있는 하수에게는 그에 어울리는 고수를 만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인생을 시작하는 ‘하수’였던 우리 모두가 언젠가는 고수가 돼서 후배들을 행복하게 해줄 날이 올 것이다. 진정한 고수는 행복과 자유로움을 주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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