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항상 같은 자리에 서서 힘을 주는 소중한 벗이 있다. 정확히 말하면 ‘벗들’이 있다. 마주치는 순간 나를 ‘회상 속으로’ 이끄는 마력을 지닌 친구들이다. 이 친구들은 오늘도 본사 앞마당에서 ‘주성’의 성장을 지켜보며, 무럭무럭 자라준다.
나에게 첫 정이 된 것은 살구나무다. 이 친구는 지난 97년 S사에 반도체용 CVD장비 10호기를 출하한 뒤 자축하며 심은 첫 번째 나무다. 10여년의 세월을 머금고 훌쩍 커 버린 이 나무는 젊은 시절 열정을 일깨워주며 나를 ‘초심’으로 인도해 준다.
새벽 첫 통근버스를 얻어 타고 S사 직원들과 함께 출근해, 나올 때는 마지막 통근버스를 놓쳐 히치하이킹까지 불사하던 시절. 그 당시를 잊지 않게 해 주는 앞마당 살구나무는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삶에 활력이 된다.
어느덧 나와 우리 선수들(임직원)에게 ‘의미’를 주는 나무는 15그루로 불어나 있다. 식수의 의미도 100호기 출하, 첫 해외 수출, LCD장비 첫 출하 등 다양하다. 열여섯 번째 식수는 아직 예정에 없다. 주성이 지금까지와 다른 새로운 의미를 찾는 날에 열여섯 번째 의미있는 나무를 심을 계획이다. 나와 우리 선수들은 지금 그 의미를 찾아 정진하고 있다.
나는 이들이 이끌어주는 대로 마력에 빠져 들기를 즐긴다. 나와 우리 선수들의 과거와 현재를 담은, 그리고 그 속에서 미래를 보여주는 이들과의 대화는 오늘도 나에게 ‘행운’을 선물한다. ‘기다리는 행운’이 아닌 ‘준비하는 행운’을.
cj_hwang@jse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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