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방송 원스톱 행정체계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22일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방송통신위원회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에 따르면 앞으로 기업이 인터넷(IP)TV와 같은 새 통신·방송사업에 진출하려면 △인·허가는 방통위로 △서비스 및 기기 표준은 지식경제부로 △방송프로그램(콘텐츠) 제작 지원 및 저작권 규제는 문화부로 각각 가야 할 전망이다.
IT 산업진흥 및 지원 기능을 지식경제부로 넘겨 전통 산업과 통합한 원스톱 행정체계를 갖추기로 했으나 통신·방송 융합 서비스 행정창구는 오히려 1개를 여러 개로 쪼갠 상황이다.
1조원대 정보통신진흥기금을 중심으로 하는 IT 산업진흥기능을 지식경제부로 일원화하기 위한 정부 조직 개편과정에서 당초 목적(규제 단순·일원화)과 달리 244조원대(방송 20조원) 통신·방송 융합시장을 규제할 창구가 3∼5개로 나뉘는 것이다.
한 인터넷 기업 관계자는 “방송정보통신심의위원회(내용 심의)뿐만 아니라 문화부(포털 규제), 행정안전부(개인정보보호) 등으로 시어머니가 여럿이 됐다”면서 “방통위가 새로 생기고 게임물등급위원회가 존속되는 등 인터넷 업계는 여러 방면으로 눈치를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보보호 책임소재도 모호해졌다. 방통위가 △청소년 보호시책 마련 △인터넷 게시판 이용자 본인확인제 △불법 정보 유통금지 △정보통신윤리 규제 등의 기능을 맡는 가운데 행정안전부가 △인터넷 사생활 침해사고 예방·대응 △개인정보 수집 금지 및 스팸 방지 △개인정보 관련 분쟁 조정 △정보보호진흥원 설립·운영을 책임지기로 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행정안전부가 인터넷 관련 통신·방송 사업자를 규제·관리하며 상시 인터넷 사고 대응체계를 갖추는 데 역부족이라는 게 관련 산업계 예측이다. 즉 해킹, 스팸, 음란물 유포 등 인터넷 사고는 민간 통신·방송사업자에 대한 과태료, 약관심사 등 사후조치로 대응하는 전형적인 서비스 규제 업무로서 관련 사업자를 직접 관리하지 않는 기관(행정안전부)에 맡겨서는 곤란하다는 분석이다.
정보보호업계 관계자는 “새로 개인정보보호 업무를 맡을 행정안전부가 책임을 기업에 전가하지 않고 함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자세를 보여줄 것”을 기대했으며 “문화부 포털 규제권과의 규제 충돌이나 중복에도 유연하게 대처해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국가 중요 정보통신 기반시설을 보호하고 정보격차를 해소하는 업무에도 누수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
정통부 장관이 지정한 뒤 일괄적으로 기술·보호대책을 세우던 은행·증권 등 경제 분야 정보통신 기반시설 보호업무가 행정안전부와 지식경제부로 이원화하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는 보호 업무를, 지식경제부는 관련 보호기술개발과 보호 설정 기능을 각각 맡게 된다.
행정안전부로 모든 기능이 넘어갈 정보격차해소기능도 장애인·어른 등 정보 소외자에 대한 지원은 비교적 손쉬우나 ‘초고속 인터넷의 보편적 서비스 구현’과 같은 기능은 통신·방송 사업자를 직접 규제하면서 펼쳐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하지만 행정안전부에 관련 사업자 규제권한이 없어 국민을 위한 보편적 통신·방송 서비스에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비슷한 기능을 한 부처에 묶어 효율성을 확보한다는 ‘기능별 재편 원칙’에는 공감할 여지가 있으나 속전속결로 조직 개편을 진행하다 보니 정밀진단이 결여된 측면이 있다”면서 “새 시대 인터넷 경제(은행·주식·쇼핑)와 문화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들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한 체계와 기능에 구멍이 뚫릴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은용기자@전자신문, ey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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