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업계가 올해 사활을 건 생존게임에 나선다. LCD 업황이 사상 최고라고는 하지만 상당수 주요 업체들이 반도체·LCD 장비를 겸업하는 상황에서 반도체 투자가 워낙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대규모 LCD 투자의 수혜를 얼마나 입느냐에 따라 중견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지가 판가름날 전망이다.
◇반도체, 기대 안 한다=삼성전자가 D램 시장의 비관적인 전망에도 공격적인 투자를 하겠다고 하지만 장비업계에서는 이를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삼성 특검수사 등의 여파에 따라 7조원의 투자가 고스란히 집행될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투자가 이뤄져도 국내 라인 신증설 투자보다는 미국 오스틴 공장과 복합칩 제조라인 등에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얼마 전 실적발표에서 주우식 부사장도 “7조원의 투자분은 오스틴 공장과 멀티미디어 등 복합칩 생산을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오스틴 공장에 진출하는 일부 국내 협력사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투자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여기다 하이닉스반도체는 물론이고 최근 들어 대만계 업체들도 감산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반도체 장비에 주력해온 업체들의 위기감은 더욱 고조됐다.
◇LCD, 올해는 좋지만=일단 LCD 장비에 주력하는 업체들은 지난해보다 큰 폭의 성장을 기대했다. 지난해 창사 이래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에이디피엔지니어링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올해 적자 탈피는 물론이고 1100억원 안팎의 매출에 사상 최고의 이익을 예상했다. LCD 장비업계는 내년이 문제다. 올해까지 LCD 패널 공급부족이 이어지면서 패널 업체들의 투자가 집중될 것으로 보이지만, 내년부터 시황이 어려워지면 투자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허광호 에이디피엔지니어링 사장은 “적어도 LCD 시장에서 올해는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내년부터 상황이 급반전될 수 있다”면서 “올해 중요 과제로 대만·중국 등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라고 말했다.
◇답은 수익구조 다변화=국내 반도체·LCD 패널 업체들의 투자에 전적으로 의존해왔던 장비업계는 올해 제품군·고객 다변화에 사활을 걸었다. 삼성전자 주력 협력사인 세메스(대표 이승환)는 지난해 순수장비 매출액 3014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수출 비중을 20%대까지 끌어올려 40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이승환 사장은 “비록 반도체 투자가 축소된다 해도 (줄어드는 만큼) 해외시장이나 다른 제품군으로 성장을 이뤄낼 것”이라며 “올해는 장비 업계가 규모의 경제를 갖출 수 있는지가 결정되는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해외 시장에 적극 눈을 돌리는 움직임은 주성엔지니어링·디엠에스·피에스케이 등 다른 장비업체도 마찬가지다. 올해까지 대만 LCD 패널업체들의 라인 증설 투자가 잇따를 것으로 보여 기대가 크다. 주목할 대목은 주성엔지니어링·신성이엔지·케이씨텍 등 상당수 장비업체가 향후 주력 사업으로 태양광 에너지 분야에 본격 진출한다는 점이다. 이영곤 주성엔지니어링 부사장은 “올해 대만 등지의 태양광 웨이퍼 업체들을 상대로 장비 수출을 본격화하는 원년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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