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집행할 정보통신진흥기금 9700억원이 정부 조직 개편에 휩쓸려 사실상 허공에 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기금을 정보통신부에서 지식경제부로 옮긴다고는 했지만 재원 출처(통신사업자)와 지출 부처가 달라져 적잖은 혼선을 빚을 조짐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 조직 개편에 따른 국회 동의 절차와 행정부 내 실무 조정작업으로 인해 1분기 안에 기금을 집행하기도 어려워 주요 수혜자인 IT 중소벤처기업과 대학연구소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17일 정통부 재정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통신사업자들로부터 출연금과 주파수 할당대가로 조성한 4500억원을 포함한 9694억원(출연 8264억원, 융자 1430억원)을 정보통신진흥기금으로 쓸 계획이었으나 조직 개편에 휘말려 집행이 모호해졌다.
기금은 주로 △방송통신융합서비스 활성화 환경 구축 △차세대 인터넷(IPv6) 기반 구축 △첨단 컴퓨팅 지원체계 구축 △IT 중소기업 기술개발 지원 △전략 소프트웨어 활성화 지원 △IT 인재 양성 등에 쓰인다. 하지만 관련 업무가 방송통신위원회·지식경제부·문화부·행정안전부로 나뉘면서 기금 집행지침부터 새로 마련해야 할 상황이다.
구체적으로 주파수 자원 재개발에 필요한 기금은 새로 만들 방송통신위원회에, 차세대 인터넷 주소체계(IPv6)가 지원되는 전산장비를 사기 위한 기금은 행정안전부에 지원해야 한다. 또 IT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금은 당연히 지식경제부로 가겠지만 같은 지원 틀 안에 담았던 인재양성용 기금은 인재과학부에 줘야 한다. 조금 더 복잡하게는 ‘소프트웨어 및 디지털 콘텐츠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기금을 지식경제부에 줄지, 문화부나 인재과학부에 줄지도 모호해질 것으로 풀이된다.
기금 집행에 따른 경기부양효과가 빨리 가시화하도록 재정의 62.7%를 상반기에 배정하려던 계획도 실현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따라서 IT 관련 우수기술개발 지원사업, 핵심부품공동기술개발, 협업기술개발, 융합기술사업화 등 첨단 기술개발에 나선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우리 회사만 해도 유비쿼터스 컴퓨팅 사회 구현, 소프트웨어 및 IT 기반 융복합기술 개발 등 여러 정통부 사업에 동참해왔는데 계속 (기금) 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 어느 부처에 가서 협의해야 할지 몰라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 대학의 대외협력담당 부총장도 “대학 IT 교육경쟁력 강화, IT 실무인력 양성, 대학 IT연구센터 육성지원사업의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지원이 계속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염려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것처럼 정보통신진흥기금을 지식경제부에 그냥 몰아줄 것인지, 재원관리만 맡기되 관련 부처별로 나누어 쓸 것인지부터 정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은용·신혜선기자@전자신문, eylee·shin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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