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가끔씩 뒤를 돌아보는 시간이 있다. 밤새 내린 잔설이 코끝의 더운 입김을 앗아가는 추운 겨울, 이른 잠을 깨는 새벽녘이면 살아갈 날들에 대한 상념 그리고 살아온 날들에 대한 희미한 그리움이 중첩되면서 잠자리를 뒤척이곤 한다. 그럴 때면 버릇처럼 책상 서랍을 열고 꺼내보는 것이 있다.
낡은 액자 하나. 어지간한 남자 손바닥 크기를 겨우 벗어난 낡고 오래된 나무 액자다. 오랜 세월의 흔적이 더께처럼 뒤덮인 사진 속에는 중학교 교복을 입은 나를 가운데 두고 양 옆으로 부모님, 등 뒤쪽로 내 형제 자매들이 오목조목 자리 잡고 서 있다.
중학교 입학식을 치르고 온 다음날 가족 모두가 오랜만에 나들이를 나섰다. 우리 가족이 모처럼 나들이를 갔던 곳은 당시 읍내에서도 제일 번잡한 길모퉁이에 있던 사진관. 자세를 잡으며 근 30여분을 씨름한 끝에 찍어낸 작품 하나. 애초 사진관에서 넣어준 액자가 있었는데 워낙 허술해 얼마 되지 않아 모퉁이에 못이 빠지면서 부서져 나갔다.
지금은 오랜 세월의 흔적으로 낡고 퇴색돼 군데군데 니스칠도 벗겨지고 귀퉁이마다 나뭇결이 갈라진 곳도 있어 볼품 없는 액자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작은 액자가 내 학창시절, 젊은날 그리고 지금껏 살아오는 많은 시간들을 내 책상 머리를 지키면서 가족의 소중함과 부모님의 사랑을 전해주었다. 아내는 이사를 갈 때마다 버리고 싶어하는 눈치지만 나는 차마 버릴 수가 없다.
이 아들의 어깨에 걸린 미래를 마음 속으로 기원하셨을 아버님. 아들의 그림자 하나라도 다치게 할까 봐 밤을 밝히시던 어머니. 두 분의 사랑이 담긴 낡은 액자 속 사진을 바라보며 마음 한구석 따뜻한 위안을 삼는다. 눈 감으면 가득한 그리운 얼굴들, 시간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신병곤 KT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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