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국정 철학을 ‘실용과 합리주의’로 내건 이명박 당선인은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규제완화와 정부조직 개편으로 기반을 다진 후 강력한 경제드라이브 정책을 걸 것임을 밝혔다. 올해 성장목표도 6%, 물가 인상률은 3.5% 이내로 잡겠다고 자신했다. 수출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수경기를 활성화시켜 체감경기를 좋게 만들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단기적 경기부양책보다는 경제 전반에 걸친 체질 개선으로 기반이 탄탄한 경제 구조를 구축하겠다고 말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게 ‘이(e)노믹스’의 핵심임을 명확히 했다.
◇규제 일몰제, 네거티브 시스템 도입=이 당선인은 “규제개혁이 구호가 아니라 실천이 되게 해야 한다”며 “규제 일몰제와 네거티브 시스템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규제 일몰제’란 새로운 규제를 만들 때 규제 존속기한을 정함으로써 특별한 규제 존속 근거가 없으면 자동으로 폐지하는 제도다. 네거티브 시스템은 규제를 만들 때 금지사항을 열거하고 이를 제외한 것은 모두 허용하는 규제방식이다. 두 안 모두 규제를 최소한으로 억제해 ‘기업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이 당선인 방침에 재계는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전경련은 논평에서 “과감히 정부조직을 개편하고 규제개혁을 추진하며 법치주의 확립과 투자하기 좋은 환경 조성을 위한 당선자의 강력한 실천의지를 밝힌 것은, 국민에게 경제활력 회복의 자신감을 갖게 하고 경제인에게는 기업가적 도전정신을 자극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정부조직 개편 박차=이 당선인은 새 정부 출범 전에 정부조직 개편이 마무리돼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당초 이르면 기자회견을 전후해 발표될 예정이던 정부조직 개편안이 늦어지고 있지만, 조만간 발표함으로써 출범 전 조직개편을 끝낸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정부조직 개편안은 오는 20일께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선인은 통폐합 부처로 거론되는 일부 부처 반발을 감안한 듯 국민과 정당, 국회의원의 지지와 성원을 당부했다. 정파를 넘어선 초당적 협력도 요청했다. 정통부·과기부 등이 주장하더라도 통폐합 원칙에 변화가 없음을 당선인 스스로 밝힌 셈이다.
◇국민적 합의 전제돼야=이 당선인과 인수위가 사용하는 ‘비즈니스 프렌들리’라는 말에 부정적인 노동계를 겨냥해 화해의 악수를 청했다. 이 당선인은 “시장에서 기업이 창의적인 도전정신을 가지고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바로 기업을 위한 길이자 근로자를 위한 길이요, 국민을 위한 길”이라며 “항상 근로자가 경제살리기의 매우 중요한 동반자라고 생각해 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기능과 효율 중심의 정부조직 개편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은 논평에서 “정부조직의 효율성만 강조하면서 미래지향적인 부서 통폐합의 시각이 발견되고 있는 않은 점에 우려를 표한다”고 했고, 국민중심당은 “국정운영의 효율성을 강조한 나머지 청와대로의 권력집중에는 심히 경계한다”고 밝혔다.
김상룡기자@전자신문, srkim@ 권건호기자@전자신문, wingh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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