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포트] 북미 평판TV을 가보니.. 소니·샤프 "가격 인하로" 삼성·LG "기술특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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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의 가전 전시회 ‘CES 2008’이 화려하게 막을 내린 지난 10일(현지시각) 오후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 포스터시티에 위치한 할인점 코스트코 홀세일. 주말을 가족과 보내기 위해 필요한 식료품을 사러 나온 쇼핑객으로 붐비고 있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갖가지 전자·IT제품으로 꾸며진 특별 코너가 눈에 확 들어온다. 제품별로 줄줄이 쌓아 놓은 산더미 같은 박스 위로 평판TV들이 화사한 영상을 내보내고 있다. 옆에는 AT&T·스프린트·버라이즌 등의 간판이 빼곡히 걸린 휴대폰 별도 판매 부스가 자리 잡고 있다. 애플의 대표 히트 제품인 아이팟 나노 MP3플레이어 8Gb 블랙 제품이 189.99달러에 팔리고 있었다. 우리나라 판매가가 20∼22만원대 형성돼 있는 것과 비교한다면, 15% 정도 싸다.

이 가전 코너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은 역시 평판TV. 그중 화려한 색상을 보여주는 LCD TV가 고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작년 2분기 북미시장에서 판매 순위 깜짝 1위를 달성한 비지오(VIZIO)가 코너의 전면에 자리 잡고 20인치대에서부터 40인치대까지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었다. 비지오 돌풍의 뒷심이 됐던 것이 바로 코스트코·월마트 등 할인점이었음을 다시금 느끼게 했다.

뒤로는 파나소닉이 42인치 HD급 PDP TV를 1099.99달러에, 소니는 같은 규격의 LCD TV를 1299.99달러에 내놓았다. 소니는 이 외에도 37·40·46인치급 풀HD(1080p)와 HD(1080i)TV 등 주력 제품을 거의 다 선보였다. 반면에 삼성전자는 주력인 40인치대는 내놓지 않고 37인치 HDTV 한 제품만 999.99달러에 판매 중이었다. 이 외에도 필립스·도시바·샤프 등도 32∼47인치대의 LCD TV를 선보이고 고객을 선택을 기다리고 있었다.

가전 매장을 담당하는 하워드씨는 “평판TV 코너를 설치한 이후 가전 판매량이 10% 이상 늘었다”면서 “작년 11월 블랙프라이데이부터 연말까지는 평소보다 15% 이상 많은 제품을 판매했다”고 말했다. 그는 “고객은 40인치대 HD급 중저가 LCD TV를 많이 사간다”면서 “삼성과 LG는 가격대가 높아 주로 비지오나 폴라로이드가 인기가 있고 최근 소니와 샤프가 가격을 많이 내렸다”고 설명했다.

실리콘밸리의 중심부인 새너제이 인근 전자전문점 프라이스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었다. 완제품 뿐만 아니라 온갖 컴퓨터 부품까지 판매하면서 미국 서부지역의 대표 전자제품 매장으로 자리잡았으나 코스트코가 지난해부터 공격적인 가격인하 경쟁을 벌이면서 덩달아 판매가를 낮추고 있다.

TV 판매를 담당하고 있는 한 직원은 “코스트코가 가전 판매를 본격화한 이후 고객들이 가격을 자주 비교하는 것 같다”면서 “할인점 뿐만 아니라 온라인과도 경쟁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에 이르자 평판TV의 대표주자인 삼성전자·LG전자 등 우리나라 업체와 소니·샤프·파나소닉 등 일본 업체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그동안은 한일로 나뉘어 경쟁해왔지만 지난해부터는 중국과 대만의 제조자개발방식(ODM)업체까지 합류해 가격인하 전쟁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에 1위 자리를 내주고 위기에 몰렸던 소니와 샤프는 결국 견디지 못하고 저가 경쟁에 몸을 실었다. 블랙프라이데이 가격 인하도 일본업체들이 주도했다. 그 결과 40인치대 풀HD LCD TV는 1600달러대에서 1200달러대로 내려앉았다. 같은 크기의 PDP TV는 LCD TV보다 약 200달러가 싸다. 둘다 작년 초만 해도 2000달러에 육박했던 제품이었다.

반면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다른 전략을 취하기로 했다. 할인점용 제품은 별도로 개발, 공급하는 대신 주력 제품은 디자인과 기술을 특화시킨 프리미엄급으로 가져가는 이원화 전략이다.

CES에서 만난 신상흥 삼성전자 DM총괄 전무는 “판매대수를 늘리기 위해 수익성을 포기하는 전략은 취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터치오프컬러(TOC) 등을 적용한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은 것도 일본과 대만업체와 차별화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안명규 LG전자 북미사업본부장은 “미국 정부가 환경문제와 소비자권익 등을 고려해 규제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벤처들이 오래 버티기는 힘들다”면서 “LG의 브랜드력을 훼손시키지는 않는 선상에서 유통망과의 협력 체계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새너제이(미국)=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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