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신년특집]사회공헌시스템을 정착시키자

 ‘사회공헌활동, 이제 시스템이다.’

 지난해 국내 주요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 지출 비용이 2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됐다. 2002년 약 1조원 규모에서 불과 5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어나는 양적 성장을 거듭한 것이다. 표 참조

 그러나 일회성 시혜나 보여주기에 급급한 행사 등은 여전히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의 문제점으로 남아 있다. 자발적인 동기 부여 없이 직원들을 동원하다 보니,‘사회공헌 피로감’을 호소하는 직장인까지 나타났다.

 이제 사회공헌 활동도 ‘질’을 따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방적인 기부금 전달이나 주먹구구식 예산 집행만으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주요 기업의 80% 이상이 전담조직을 갖출 정도로 사회공헌에 적극적이지만, 대한상공회의소가 조사한 기업호감도 지수에서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는 30%대에 머물렀다. 사회공헌의 질적 수준이 양적 수준을 따라가지 못해 일반 소비자 사이에서 기업 활동이 저평가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사회공헌 활동의 질을 높이는 작업을 ‘내실화’와 ‘전략화’로 요약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자선단체를 운영하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은 사회공헌 활동의 좋은 사례다.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은 매년 단체와 기업, 대학의 활동을 평가하고 사회적 효율성(SROI)이 가장 높은 곳을 골라 기부금을 제공한다. 자선에도 ‘투자’의 개념을 접목하는 전략적인 접근으로 내실까지 높이고 있다.

 미국 자선단체 중에는 다른 비영리단체나 기업의 자선활동을 평가하고 성적을 매기는 곳도 있다. ‘제네바 글로벌’은 전 세계 600여개 비영리단체의 활동을 비교 분석한 일종의 재무제표를 매년 발표한다. 어느 단체가 더 효과적으로 기부금을 쓰는지 한눈에 알 수 있기 때문에 기업의 사회공헌 ‘투자’에 좋은 지표가 된다.

 대한상공회의소도 최근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을 위한 과제’를 연구발표하면서 사회공헌 활동이 기업 간 이미지 경쟁 수단에서 실질적 기여를 위한 협력 아이템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대한상공회의소는 △업종별 사회공헌 네트워크를 구축해 각개전투식의 개별 공헌 프로그램의 비효율성을 극복하고 △상대적으로 영세한 중소기업의 경우, 지역별로 협력함으로써 사회공헌 활동에서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를 테면, 업종별 혹은 중소기업별로 ‘환경’ ‘소비자 정보보호’ ‘정보화 교육’ 등 공통의 사회적 이슈를 발견하고 여기에 기업 고유의 역량과 자원을 활용해 공동 캠페인을 전개하는 것이다.

 1911년 창설된 미국의 ‘텔레컴파이어니어스(Telecom Pioneers)’는 AT&T·버라이즌 등 미국 유수 통신업체가 참여해 통신 관련 현직 및 퇴직자 62만명의 사회공헌 활동을 이끌어냈다.

  국내 10개 기업과 전경련 등이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사회공헌 활동을 위해 개발한 ‘사회공헌 평가지표’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 지표에는 사회공헌 철학·인프라·의사결정 과정·추진 방법·규모·임직원 활동 등이 포함돼 있다.

 사회공헌 활동은 고도의 노하우가 필요한 사업이다. 미국 기업들도 100년 이상의 기업 사회공헌 역사에서 시행착오를 거쳐 질적인 성장을 거뒀다. 체계적인 접근과 지속적인 피드백으로 사회공헌 시스템으로 정착시킬 때 기업과 사회 발전의 선순환 고리를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