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남북IT협력의 물꼬를 트자

 남북경협의 중요한 쟁점 중 하나였던 3통 문제가 드디어 해결됐다. 12일 열린 ‘제7차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남북 양측이 3통 문제의 해결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군사보장합의서에 서명한 것이다. 이번 합의로 내년 개성공단 입주기업은 지금보다 훨씬 자유로운 통신환경에서 남측 본사와 인터넷이나 유무선전화 서비스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남측이 요구하는 대로 자유로운 이동전화 서비스까지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북측 주장을 수용해 ’이동전화’가 아닌 ‘무선전화통신’의 허용을 합의서에 넣은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번 합의는 남북경협의 중요한 걸림돌이 제거됐음을 의미한다. 그동안 개성공단 입주기업은 제한적인 수준에서 유선전화나 팩스 송수신을 할 수 있었지만 인터넷이나 이동전화 등 무선통신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어 불편이 적지 않았다. 이번 3통 문제의 해결로 개성공단 입주기업은 인터넷이라는 획기적인 통신수단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게 됐으며 인터넷 기반의 전사적 자원관리시스템(ERP) 등 전산솔루션을 도입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개성공단 내 인터넷의 사용은 단순히 입주기업의 통신수단이 기존 방식에 비해 효율화됐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개성공단이 남북IT협력의 구체적인 공간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상징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최근 북측의 인터넷에 대한 태도변화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북한은 지난 9월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ICANN)로부터 ‘kp’라는 국가도메인의 정식 승인을 받았으며 조선콤퓨터쎈타(KCC)를 북한의 인터넷주소관리기관으로 결정한 바 있다. 이는 북측이 경제발전을 추동하기 위해 남북경협과 함께 인터넷 개방을 우선적인 과제로 선정했음을 잘 말해준다. 북측의 인터넷에 대한 태도변화는 개성공단의 인터넷 사용과 맞물려 적지 않은 파급효과를 가져올 게 분명하다.

 게다가 6자 회담과 북미 간 합의에 따라 현재 북한에서 핵불능화 조치가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하면 그동안 전략물자통제규정이나 미국 수출입규정에 의해 제한됐던 IT장비도 개성공단 등 북측에 반입될 수 있는 길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상황변화는 개성공단이 단순히 남북경협의 공간이 아니라 IT협력의 장으로 진화, 발전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동안 개성공단사업의 진척에 불만을 표출해왔던 북측이 인터넷 개방 등 IT 분야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만큼 개성공단을 매개체로 한 남북 간 IT협력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이제 남북경협의 큰 걸림돌이었던 3통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만큼 차근차근 실타래를 푸는 일이 남아 있다. 물론 일의 추진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속도조절은 필요하겠지만 큰 그림에서 방향이 정해졌으니 최대한 남북 간 협력을 끌어내어 구체적인 결실을 봐야 한다.

 개성공단에 통신센터를 설립하는 문제부터 시작해 전략물자의 반입, 개성공단 내 IT시범단지의 건설, 남북 간 IT아웃소싱 및 인력 양성 방안, 이동통신방식의 선정문제, 방송교류 등 민감한 과제를 하나씩 풀어나가야 한다. 그 과정에서 혹시라도 남측 사업자 간에 북측 시장 선점을 위한 과열현상이 벌어지거나 불미스러운 잡음이 생기지 않도록 정부 당국이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대국민 설득작업도 해야 한다. 개성공단의 인터넷 허용을 남북IT협력의 지렛대로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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