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을 구한 13인의 경제학자들
한정주 지음, 다산초당 펴냄.
경제학은 주로 자본주의를 다루는 학문이다. 자본주의 뿌리는 18세기 중반 영국과 프랑스에서 시작해 19세기 미국에서 꽃폈다. 이어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경제 이념으로 자리잡았다. 이 때문인지 경제학하면 딴 나라 학문이고 우리와 먼 이야기처럼 들린다. 실제 애덤 스미스(국부론), 토머스 멜더스(인구론), 칼 마르크스(자본론) 등 대부분의 경제학 거장은 서양인이다.
‘조선을 구한 13인의 경제학자들’은 이런 상식에 반기를 든 책이다. 우리도 이들 못지 않은 사상과 이론을 정립한 ‘토종’ 경제학자가 있다고 주장한다. 역사학을 전공한 저자 한정주씨는 숱한 고문헌을 뒤져 13명의 된장 냄새 풀풀 나는 경제학자를 찾아냈다. 이 중에는 이익·이지함·정약용 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인물도 있고 김육·유수원·빙허각 이씨 처럼 다소 생소한 인물도 있다. 나아가 그는 이들 인물을 토대로 근대 우리나라 경제학의 숨은 계보도 펼쳐 놓았다.
18세기 봉건체제 이후 자본주의 경제가 싹틀 당시 우리나라 근대 경제학은 ‘중농주의’와 ‘중상주의’ 두 개 축으로 갈린다. 중농주의는 유형원으로 시작해 이익·정약용으로 계보가 이어진다.
중농학파는 오직 토지만이 생산을 가져오는 부의 원천이며 이를 어떻게 관리하고 다루느냐에 따라 나라의 존망이 결정된다는 이론을 펼쳤다. 당시에는 파격적인 ‘경자유전’ 원칙을 내세우며 땅의 주인인 농민에게 토지를 나눠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농주의는 결국 19세기 후반 전봉준이 주도한 ‘아래로부터 농민혁명’으로 알려진 갑오농민전쟁에 사상적 기반을 제공했다.
중상주의도 뿌리가 깊다. 흔히 ‘실학’으로 알려져 있지만 기원은 지금부터 얼추 4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저자는 중상주의의 기원을 ‘토종비결’로 유명한 토종 이지함에서 찾고 있다. 이지함이 16세기 인물임을 고려할 때 18세기 근대 경제학의 토대를 닦았던 애덤 스미스와 멜더스보다 무려 100년 이상 앞서 이론적인 토대를 닦았다는 주장이다. 당시 이지함은 유교 사상에 뿌리 깊어 농본상말·사농공상 처럼 상업을 천시하던 양반사회를 비판하며 농업 이외에 새로운 국부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그는 이를 상업에서 찾았다. 토종의 사상은 유수원·박지원·박제가·박규수 등으로 전해졌으며 조선 근대화를 시도했던 ‘개화독립당(개화파)’으로 계승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들 13명은 서로 주장은 달랐지만 출발은 하나였다. 바로 ‘부국강병’이었다. 피폐한 18세기 조선에서 백성의 삶을 이해하고 지금보다 나은 사회를 꿈꾸며 그들의 삶을 끌어 올리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저자는 이들을 ‘조선을 구한’ 이라는 다소 거창한 수식어를 달았다. 노론·소론·남인·북인으로 나눠 치열한 정쟁과 파벌 싸움을 벌일 당시 이들은 양반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사리사욕보다는 나라와 백성을 먼저 생각했다. 이 때문일까.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진 인물이지만 이들이 던지는 메시지는 지금도 생생하게 귓전을 때리고 있다. 1만3000원.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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