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서야 조금 알만합니다. 정년이 문제가 아니죠.”
얼마전 열린 통신학회 추계 학술대회에서 해동정보통신학술상을 수상한 전북대 이문호 교수(62)는 연구 활동에 강한 애착을 내비쳤다.
그는 통신학회에서 수여하는 최고의 학술상을 수상한 것도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 1987년과 1997년에 이어 올해 또다시 수상했으니 꼭 10년 터울로 받았다.
정년을 불과 3년 남겨 놓은 그의 왕성한 저술활동엔 젊은 교수나 연구원도 혀를 내두른다. 5년간 60편이다. 매월 1편씩 SCI급 논문을 쓴 셈이다. SCI급 논문이란 미국·영국·호주·일본 등지의 전기전자학회 논문지에 게재된 논문을 말한다. 그는 또 5년 동안 매년 2권씩 총 12편의 교재를 저술해 대학 교재로 쓴다.
그런데도 이 교수는 “새로운 논문을 시작할 때면 항상 어려움을 느낀다”고 토로한다. 언제나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처럼 낯선 데다 날카로운 리뷰를 통과하기 위해선 그만한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밤낮 없이 연구에 몰두하다보니 이 교수는 치아가 하나도 없다. 지금은 모두 임플란트를 해 넣었다.
그의 수상 소감은 “후배에게 미안하다”는 말로 시작됐다. 이제는 젊은 사람에게 양보해야 할 시기인데 자신이 받은 것이 쑥스러운 모양이다. 그렇지만 그는 “오리지널티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국내에서는 기업이나 연구소 등이 대부분 외국 것(원천기술)을 차용해 쓰는 상황이라 원천기술에 대한 연구가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교수가 발표한 논문은 대부분 그가 세계 최초로 발견한 ‘재킷(Jacket) 행렬(Matrix)’에 관한 연구였다. 특히 최근에는 WCDMA의 핵심 코드를 일반화한 게 많다. 그는 이런 연구로 국내는 물론이고 미국 특허를 다수 획득했다.
“새벽을 좋아해 새벽 3시면 등교합니다. 항상 배낭을 짊어지고 운동화를 신고 40분 정도 산을 타고 걸어갑니다. 새벽 산의 음기(陰氣)를 좀 받았죠. 하하.”
그는 많은 연구논문을 발표할 수 있었던 힘의 원동력을 매일 새벽 산을 타고 등교하면서 받은 ‘기(氣)’와 지방대라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열정’에서 찾는다. 전북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자신에게 캐나다에서 학위를 받고 온 친구가 “그동안 뭐했냐?”며 던진 농담이 충격으로 다가와 일본 도쿄대로 가 학위를 받고 그것도 모자라 지금까지도 남보다 더 열심히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수상과 함께 부상으로 받은 상금도 그가 좋아하는 외국 대학을 둘러보는데 쓸 생각이다. 특히 7년전 ‘재킷’이라는 행렬 이름을 학생과 함께 정했던 독일의 아헨공대를 반드시 찾아볼 계획이다.
“주변에서 인정을 해준 덕분에 후배에게 열심히 하는 선배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기쁘고 고맙습니다.”
김순기기자@전자신문, soonk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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