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IT융합기술의 미래, 이젠 말보다 실천이 필요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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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0년대 후반 대한민국은 초유의 외환관리 문제로 국가경제발전의 결정적인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당시 우리 국민은 전 세계가 놀라도록 단합된 노력과 지혜를 모아 이를 슬기롭게 극복했으며 10년이 지나면서 이제는 과거의 일로 우리의 뇌리 속에서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당시 해외업무 중에 만난 한 외국 친구가 한국인이 국가적 위기 타개를 위해 앞을 다투어 금을 모으는 모습이 매우 감동적이었다고 얘기했던 것을 나는 지금도 기억한다. 월드컵 4강 진출, 외환위기 극복 등 국가에 큰일이 닥쳤을 때 우리 국민이 보여 준 단합된 모습과 열정은 참으로 대단했다. 나도 이러한 국민적 에너지가 분명 대한민국의 미래를 밝히는 중요한 원천이 될 것으로 믿는다.

 지난 90년 후반의 국가경제 위기 상황 극복 과정에서 IT산업 분야가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또 오늘날 우리나라가 세계 10위권의 경제적 위상을 유지하는 데에 IT분야가 결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지난해 한국무역수지가 IT분야를 빼고 나면 약 380억달러의 적자가 난다. 이를 160억달러의 흑자 구조로 만든 것은 바로 IT분야에서의 540억달러가 넘는 흑자임은 잘 알려져 있다. 나아가 우리나라 경제 성장의 약 50%를 IT산업이 기여하고 있다든지, 총수출의 40% 가까이 IT산업 분야가 점유하고 있다느니 하는 말은 이제는 별로 새로울 게 없다. 그야말로 최근 한국 경제에서 IT분야는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수행해 왔다.

 그런데 최근에 이러한 우리의 IT산업 분야의 미래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IT산업이 내수 시장의 성숙기 진입과 수요 포화로 인해 최근 2∼3년간 100조원대에서 성장률 1% 미만의 성장 정체를 보이고 있다는 점, IT분야의 원천기술 부족, 브랜드 파워의 열세, 부품소재산업의 취약성 등으로 인한 경쟁력 저하 그리고 국내 산업 전반에서의 IT 활용도가 높지 못하다는 점 등을 지적하는 것이다. 실제로 분석 결과에 따르면 국내 IT 자본의 실물경제 성장 기여율은 11.2%로 미국(24.7%) 등 G7 선진국(27%)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이미 미국·일본·EU 등 주요 선진국은 IT의 미래를 위해 국가차원의 종합적인 IT 활용 전략 수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음을 볼 때 적잖이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면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다행스럽게도 최근 국내의 많은 전문가와 정책 담당자를 중심으로 이러한 위기 극복을 위한 대안과 전략을 쏟아내고 있다. 이를 살펴 보면 대체로 다음과 같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더 이상 IT분야를 ‘그들만의 IT’ ‘나 홀로 IT’로 두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가 일정 수준에 올라 있는 자동차·조선 등을 비롯해 IT와 밀접한 제조업 및 물류·의료 분야 등에서의 원천기술로서 IT를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타 산업분야의 생산성 제고와 함께 국가적 차원의 전반적 산업경쟁력 제고를 이루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둘째, 우리가 강점을 가진 IT 인프라 및 기술을 기반으로 바이오·나노 등 타기술 분야와의 융합을 위해 가능하고 구체적인 융합기술개발 분야를 적극 발굴하고 이로써 국가경제 주도를 위한 제2, 제3의 에이스를 양성해 나아가자는 것이다. 다수의 전문가가 향후 고성장을 주도할 미래의 유망기술로 IT·BT·NT·CT 등의 전반적 기술 자체보다는 기존에 경쟁력을 갖춘 IT를 기반으로 한 융합기술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도 같은 논리다.

 셋째, 현재 IT분야가 가진 부족한 점, 즉 원천핵심기술 부족·부품소재기술 확충·소프트웨어 인프라 등을 위해 적극적인 투자가 이루어져야 된다는 것이다. 이는 지금까지의 우리의 IT분야가 다분히 단기적 효과 창출을 위한 제품화 및 상용화 부분에 지나치게 집중해 오다 보니, 더욱 장기적 경쟁력 확보를 위한 원천 기초기술 개발 등에는 소홀히 해온 측면이 있었음을 지적하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모두 적절하고도 중요한 사항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을 보면 이런저런 대책과 말은 많아도 실천을 위한 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총론만 있고 각론이 없는 논의는 공허하기 그지없다. 중용에서 이르기를 ‘아는 것을 실행해야 비로소 제대로 아는 것’이라 하지 않았던가. IT융합기술의 미래, 이젠 말보다 구체적인 실천이 필요한 때다.

◆박기식 한국전자통신연구원 IT기술전략연구단장 kipark@et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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