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검색된다. 고로 존재한다.”
한 지인이 검색서비스가 중요하다는 취지로 한 말인데 귀에 쏙 들어왔다. 약간의 과장이 있을 수 있지만 전혀 틀린 말은 아닌 듯하다. 인터넷이 각종 정보를 접하는 중요한 통로가 된 오늘, 인터넷 검색으로 찾을 수 없으면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인은 맛집을 알아보고 세상의 뉴스를 확인하는 개인적인 정보는 물론이고 심지어 업무에 필요한 정보까지 인터넷에서 검색해 활용한다. 우리가 원하는 정보를 찾아주는 검색서비스는 우리가 세상을 향한 눈과 귀의 역할을 하게 됐다. 정보화시대에 정보검색과 정보전달의 핵심 역할인 검색기술은 이제 개인의 정보경쟁력을 넘어 국가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사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
“우리는 구글과 야후에 글로벌한 도전을 제기해야 한다.”
재작년 4월, 자크 시라크 당시 프랑스 대통령은 미국의 거대 검색엔진에 맞설 수 있는 자국 검색엔진의 개발을 선언했다. ‘콰에로’로 명명된 이 검색엔진은 프랑스와 독일 정부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이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구글 등이 사용하고 있는 텍스트 기반의 검색기술과는 달리 새로이 개발될 콰에로는 음성·영상 등을 검색하는 멀티미디어 검색엔진을 지향하고 있고 프랑스와 독일정부는 이를 위해 약 9000만유로(약 11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작년 12월, 독일이 독자적인 검색엔진인 ‘테세우스’ 개발을 위해 콰에로 개발프로젝트에서 탈퇴했지만 콰에로의 개발은 프랑스 최대의 가전업체인 톰슨사와 프랑스 토종 검색엔진회사인 엑살레아 등이 참가하고 있는 정부 주도 컨소시엄이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가까운 일본도 자국 검색엔진 개발을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일본 독자 검색서비스인 ‘구(Goo)’를 운영하고 있는 NTT 레조넌트가 2003년 구글과 검색엔진 제휴를 발표한 이래로 검색기술 독자개발 포기를 두고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됐다. 이에 일본 정부는 작년 6월 정보산업 국제경쟁력 강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일본의 독자 검색엔진 개발을 위한 ‘정보대항해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주도하는 이 프로젝트는 NTT레조넌트·히타치·도시바·소니·후지쯔·마쓰시타·후지·NEC·샤프 등 일본 유수의 기업과 도쿄대학·교토대학·와세다대학·도쿄공업대학 등 일본을 대표하는 연구기관이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추진하고 있다. 또 일본 경제산업성은 ‘정보대항해 프로젝트’가 본 궤도에 오를 때까지 수십억엔의 예산을 편성해 지원할 계획이다.
독자적인 검색엔진을 개발하기 위한 움직임은 이제 세계적인 트렌드로 확산되고 있다. 유럽연합은 작년 12월부터 ‘파로스’라는 멀티미디어 검색엔진의 개발을 위해 1120만유로를 지원하고 있으며, 사우디 아라비아 정부도 ‘사와피’라는 자국 검색엔진 개발을 위해 작년 4월 독일 인터넷기업인 Seekport와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안정적인 인터넷 환경을 구축한다는 원대한 계획을 세운 정보통신부, 기간통신망업체의 혜안과 추진력, 적극적인 참여와 의견개진으로 인터넷에 활기를 불어넣어 준 한국의 네티즌 그리고 창의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인 한국의 IT기업이라는 인터넷 서비스 3박자가 절묘하게 조화돼 세계적인 인터넷 강국으로 도약했다. 실제로 인터넷 포털 서비스는 구글·야후 등 글로벌 포털이 세계 각국에서 독보적인 1위를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가진 국제적 경쟁력을 바탕으로 국내 토종 포털이 이용자에게 더욱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자체 검색엔진을 개발하기 위한 세계 각국의 투자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이용자의 정보 경쟁력 강화를 위한 우리 정부의 지원정책의 필요성이 대두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인터넷 산업 발전을 도모하고 일부 역기능을 해소하기 위한 새로운 정책을 수립하는 데 국내 인터넷 기업의 목소리를 청취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규제정책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외국기업에 적용되지 않고 외자유치를 위해 특정 해외 포털에 지급한 지원금이 역으로 국내 기업의 소중한 인적자원을 스카우트하는 데 쓰이는 상황은 못내 아쉬운 부분이다.
새로운 산업이 태동하게 되면 이용자의 편의 및 산업적 기여와 함께 예기지 못한 현상이 생겨나게 마련이다. 19세기 자동차 산업이 그러했다. 우마차만 다니던 길에 자동차가 출현하면서 이전에는 없었던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했던 것이다.
인터넷 산업은 태동한 지 이제 10년 남짓한 산업으로 겨우 걸음마를 시작한 단계다. 인터넷의 보급으로 생긴 역기능을 최소화할 대책과 함께 국제적인 경쟁력을 가진 우리나라 인터넷 산업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육성책이 함께 마련돼야 할 것이다.
◆이석우 NHN 경영정책담당 부사장 sirgoo@nhn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