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이슈 진단]‘중국 가전 유통 지형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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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궈메이전기 매장 전경(왼쪽), 상하이 쑤닝전기 매장 전경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2007 중국 유통 부문 부호 톱10

거대 중국 대륙의 가전 유통 지도가 새롭게 그려지고 있다.

지난 1987년 창립돼 1위를 지켜온 궈메이전기의 위치가 위태롭다. 성장이 정체된 것도,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도 아니지만 후발주자의 성장 속도가 빨라 추월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궈메이는 1등을 유지하기 위해, 또 후발주자를 견제하기 위해 대규모 인수를 단행했음에도 별 다른 득을 얻지 못하고 있다.

◇궈메이의 굴욕=궈메이는 중국 가전 유통의 대명사다. 창업 초기 해외 브랜드 제품을 수입해 성장했지만 1990년도에 총판 제도를 최초로 적용하며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이 회사는 1993년부터 체인점 형태로 사업을 확대했으며 1996년에는 해외 제품만 취급하던 방식에서 탈피, 중국 제조사들과 협력해 합작 브랜드를 도입했다. 1999년부터 전국 판매망을 구축한 궈메이는 현재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브랜드로 부상했으며 중국 가전 제품 시장의 20∼30%를 점유하고 있다.

창업자인 황광위 회장을 중국 내 부호 1위로 만든 궈메이지만 요즘은 체면이 말이 아니다. 가전 유통 업계 2위 쑤닝전기보다 200여 개나 많은 판매점을 보유하고도 벌어들이는 돈이 적다.

올 1월부터 9월까지 궈메이전기의 매출은 303억위안. 반면 쑤닝전기 매출은 280억위안이다. 궈메이가 약 23억위안 정도 가전 제품을 더 많이 판매한 것이다. 하지만 남는 장사는 쑤닝이 더 잘했다. 같은 기간 궈메이와 쑤닝의 순익은 각각 7억5320만위안, 9억4000만위안이다.

 쑤닝전기는 궈메이전기보다 23억위안을 덜 팔았는데 1억9000만위안을 더 가져간 것이다.

9월 말 현재 궈메이의 매장수는 672개. 반면 쑤닝전기의 매장수는 453개다. 672개는 그나마 궈메이가 쑤닝의 추격이 심상치 않자 업계 3위인 융러를 인수해 얻은 결과다.

◇‘672 < 453’=궈메이는 지난해 매출에서도 쑤닝에 추월당한 적이 있다. 그러나 순익마저 뒤지긴 올해가 처음이다.

쑤닝은 어떻게 궈메이보다 효율적인 경영을 했을까. 80년대 말∼90년 대 초 중국에는 창업 열풍이 불었다.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개인 사업을 하는 ‘하해(下海)’ 바람이었다.

 28세의 장진둥 회장이 10만위안으로 1990년 설립한 쑤닝가전이 현재 쑤닝전기의 시초다. 당시 컬러TV와 세탁기 등은 수요가 공급을 초과해 유망했다. 그러나 장 회장은 에어컨을 선택했다. 에어컨은 사치품으로 평가되던 시절이었지만 마진이 컸기 때문이었다. 그는 30여 평 되는 공간에서 직원 10여 명과 함께 에어컨 전문 설치 업체인 쑤닝가전을 차렸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1년 만에 매출 6000만위안, 순익 1000만위안을 기록했다.

쑤닝전기가 궈메이보다 이익률이 높은 건 주력 품목인 에어컨과 서비스에서 강점을 갖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에어컨 부문에서 쑤닝의 경쟁력은 남다르다. 창업 3년째에 불과했던 1993년 중국 8대 국유 백화점이 연합해 쑤닝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백화점들은 담합도 서슴지 않았고 심지어 쑤닝과 거래하는 업체의 물건은 받지도 않았다. 그러나 발빠른 서비스가 강점이던 쑤닝은 악조건 속에서도 성장을 거듭했고 중국 최고의 에어컨 유통 업체로 부상했다.

 또 중국에서 급성호흡기증후군이 발발했을 때 자사의 전문 인력들을 투입해 신속히 대응, 사회적으로도 존경을 받았다.

◇역전은 가능한가=쑤닝전기의 최근 3년간 매출 증가율은 평균 63%, 이익 증가율은 100%에 달한다. 각각 53%와 28%인 궈메이전기를 크게 앞지르는 것이다. 매출, 이익 모두 추월할 가능성이 있단 얘기다.

 경제 전문지 포브스 중국어판은 지난 8월 실시한 조사에서 이런 가능성 때문에 쑤닝전기를 ‘중국 100대 민영기업 순위’에서 1위 자리에 올려놓기도 했다.

장진둥 회장은 대범하고 계획이 세워지면 묵묵히 앞길을 가는 스타일이다. 지난 2005년 경쟁사인 궈메이가 3위 융러를 인수했을 때 장 회장은 천샤오 융러 회장에게 “이 고생스러운 가전 업계를 떠나 축하한다”고 했다. 또 황광위 궈메이 회장에겐 “자신의 라이벌을 줄여줘 고맙다”고 말했다.

중국 상무부는 최근 ‘2006·2007년 중국유통산업발전보고서’를 통해 대형업체의 두드러진 고속 성장세와 외자 기업의 성장을 특징으로 꼽았다. 중국 유통 산업은 2004년 개방 이후 다국적 기업들의 가세로 경쟁이 치열해졌다.

 중국 기업들도 이에 대비해 몸집을 불리고 있다. 올 처음 상하이에 매장을 연 미국 베스트바이의 한해 결과도 궁금하지만 쑤닝이 궈메이를 매출과 순익에서 모두 뒤집을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윤건일기자@전자신문, benyun@

◆궈메이 황광위와 쑤닝 장진둥

‘2004·2005년 후룬연구소 선정 중국 부호 1위 황광위(黃光裕·38)’ ‘2007년 후룬연구소 선정 유통 부문 부호 1위 장진둥(張近東·44).’

중국 가전 유통 시장의 양대 거물은 2년 남짓한 시간에 이렇게 자리를 바꿨다. 승부는 여전히 진행형이지만 쑤닝전기의 성장세가 돋보인다.

쑤닝을 이끄는 장진둥 회장은 1984년 난징사범대학 중문학과를 졸업하고 기업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얼마 후 그는 회사를 그만두고 30여 평의 가게를 차렸는데 오늘날 체인점 400여개, 직원 7만명에 이르는 거대기업으로 발전했다. 또 2004년 상장으로 자산을 크게 불렸다. 하지만 그는 쑤닝이 상장을 준비할 때부터 자신의 지분 비율을 줄여나갔다. 그의 경영 마인드 ‘책임감 있는 기업인’이 되기 위해서다.

그는 “쑤닝은 사회의 것이다. 일본에서 성공한 글로벌 대기업에서 배운 것이 있는데 창업주 가족의 지분은 갈수록 줄어들고 더 이상 대주주가 아닌 점이었다”고 말한다.

생계 때문에 학교를 중퇴하고 16세에 장사를 시작한 광둥성의 한 소년이 황광위다. 그는 박리다매와 공격적인 경영으로 궈메이를 중국 최대 가전 유통 업체로 만들었다. 우회상장으로 30대 청년 재벌의 선두주자가 됐다. 지난해 불법 대출 비리에 연루되기도 했지만 민영기업 경쟁력 순위에서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황 회장은 ‘속도 경영’을 중시한다. 계획을 세우는 데 3개월 이상을 들이지 않는다. 또 목표가 뚜렷해지면 바로 실행에 옮긴다. 그는 “일을 할 때 3%만 파악하면 바로 시행하는 것이 철칙”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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