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을 비롯해 유난히 차세대 구축 프로젝트가 많았던 올 한해 국내 하드웨어(HW)·시스템 총판·소프트웨어(SW) 등 IT업계가 과다한 ‘벤치마크테스트(BMT)’ 비용 문제로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특히 BMT 과정이 흡사 ‘먹이사슬’과도 같아 주 사업자를 포함한 모든 벤더들이 과다한 비용 책정과 대금 미지급, 반품 불가 등에 폐해가 IT업계로 확산되고 있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공·금융·제조 등 각 업종에서 속속 진행 중인 차세대 시스템 구축 사업에 나선 IT업체들이 프로젝트 수주 이전 BMT 과정부터 ‘발주처-주 사업자-협력사’ 순의 먹이사슬 고리에 얽혀 몸살을 앓고 있다.
발주처는 과다한 BMT를 요구해 주 사업자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고 마찬가지로 IT서비스 업체나 대형 HW업체들도 시스템 벤더나 SW업체들에게 인력·비용 등의 협력을 요구하고 있다.
◇HW업계 ‘개인사업이었다면 안 했다’=과다한 BMT 비용은 얼마 전 농협 차세대 시스템 구축사업에서 단적으로 드러났다.
농협은 수개월에 걸쳐 국내·외 BMT를 까다롭게 요구해 수주전에 뛰어든 한국IBM과 한국HP가 곤혹을 겪었다. 양 사 공히 BMT 비용으로 50억원 이상을 썼는데 이는 전체 프로젝트 비용의 3분의 1 이상이다.
특히 농협은 BMT가 끝나고도 최종 선정 과정을 가격 입찰 방식으로 해버려 치열한 가격 경쟁을 야기시켰다.
김태영 한국IBM 전무는 “BMT 과정에는 성능과 가격 제시 등이 다 포함돼 있는 것”이라며 “가격 입찰 방식으로 갈거면 수 많은 BMT를 왜 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총판업계 폐해 심각=BMT의 폐해를 가장 크게 느끼는 곳은 바로 시스템 총판업체들이다. 시스템 설치에서부터 검수에까지 수개월이 걸리는 BMT 기간 동안 자금 압박을 견뎌내야 하기 때문이다.
HW업체들은 BMT를 위한 시스템 출고도 정상 매출로 잡는 경우가 많아 총판업체들은 프로젝트 수주 여부가 확실하지 않은 경우에도 대금을 우선 결제해야 한다.
통상 60여일의 여신기간이 있지만 BMT 기간이 더 걸리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에 총판업체들은 현금 유동성에 압박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또 대형 총판업체들은 여러 건의 BMT를 동시에 진행하는 경우도 있어 많게는 수십억원의 ‘폭탄’을 안고 가야 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그나마 프로젝트를 수주하면 다행이지만 실패할 경우 시스템을 처리할 곳이 마땅치 않다는 것도 큰 문제다. HW 벤더들은 반품 처리를 해주지 않고 재고로 남은 BMT용 시스템을 다른 프로젝트에 투입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SW업계도 속앓이=SW업계도 마찬가지다. 한 SW기업 A사는 하나은행 BMT에 함께 참가하자는 H사의 제안을 받고 6개월 동안 개발자들이 H사에 상주하다시피하며 웹 단말 솔루션을 개발했다.
그러나 하나은행은 이 기업이 아닌 B사의 제품을 채택, 결국 H사와 다른 SW기업이 사업자로 선정됐다.
문제는 이 때부터였다. H사는 A사에게 개발 비용을 지불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달여 기간의 집요한 설득 끝에 투자한 것의 반만을 받았다.
이보다 더욱 황당한 것은 IT서비스 업체들의 횡포다. 고객이 지급한 BMT 비용을 IT서비스 업체들이 중간에서 가로채는 것이 관례처럼 굳어져 있다. 공공기관에서 BMT를 진행할 경우 공공기관은 해당기업의 출장비와 식비까지 정산해 지급하지만 이를 컨소시엄에 참여한 SW업체들은 받지 못하고 있다.
공공기관으로부터 총 실비를 받은 IT서비스 업체들이 비용을 지급하지 않는 것이다. 지방 출장일 경우 1인당 10만원 이상의 실비가 지급되고 BMT가 며칠간 지속될 경우에는 수 십개의 협력사를 거느린 IT서비스 기업들은 BMT 비용으로만 수억원의 이익을 챙기는 셈이다.
컨소시엄에 참여했던 한 SW업체 마케팅 이사는 “대전의 통합전산센터 관련 BMT에서 수 십억원의 실비를 챙긴 것으로 안다”며 “이 중 단 한푼도 BMT에 함께 참여한 협력사에게 지급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명승욱기자@전자신문, swmay@ 양종석기자@전자신문, jsy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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