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R&D과제도 ‘대마불사’ 신화 깨졌다

 정부 예산이 투입된 연구개발(R&D)과제 심사에서 ‘대마불사’(大馬不死)’의 신화가 깨졌다. 정부 과제를 추진해온 산·학·연 관계자들이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산업자원부와 산업기술평가원은 올해 계속과제 74개 가운데 단계평가에 들어간 21개 과제 중 하위 20% 사업을 전례 없이 중단시켰다. 21개 과제 중 3개 과제는 강제 탈락시켰고 1개 과제는 조기완료로 마무리했다.

 또 정부는 강제 탈락시키는 과제를 ‘실패’와 ‘중단’ 두 종류로 확실하게 구분해 진행되던 과제가 시장 여건의 변화로 필요 없어지면 과감하게 ‘중단’할 수 있는 구조도 마련했다. 이 구분이 없으면 ‘실패’와 ‘중단’ 과제가 뒤엉켜 모두 실패로 간주되면서 자칫 전체 사업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비칠 가능성이 있어 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포석이다.

 특히 정부는 내년에는 이를 한층 강화한다는 방침이어서 사업특성상 ‘진입문턱은 높으나 일단 시작된 과제는 중단 없이 끝까지 진행된다’는 이른바 ‘대마불사’ 행태는 더욱 발 붙이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재홍 산자부 산업기술개발팀장은 “상대평가 방식에 따른 단계평가로 과제 간 경쟁분위기를 조성하고 사업비를 차등 분배함으로써 사업성과 극대화를 유도하기 위해 강제 탈락제도를 도입했다”며 “올해는 일단 시범적으로 운영한 것이고 내년부터는 전략기술개발사업 전반에 적용해 중장기 정책과제의 구조조정 툴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창화 산업기술평가원 본부장은 “‘대마’ 과제를 중도에 탈락시킨 것은 과제 평가 20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며 “강제 탈락제도를 적용한 이후 사업주체들은 물론이고 심사위원들도 부담감 때문에 더욱 더 긴장해 투명하게 심의를 진행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정부 R&D 과제 분야에서 ‘대마’란 연간 20억원 안팎의 대형과제면서 5∼7년 동안 2∼3단계로 진행되는 장기개발기간을 가진 과제를 말한다. 중장기기술개발사업인 이른바 ‘대마’는 지금까지 절대평가를 바탕으로 한 온정주의와 실패에 대한 지원기관의 부담에 편승해, 성과가 다소 미흡하더라도 중단된 사례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R&D과제 평가위원으로 참가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통상 탈락에 해당하는 점수는 60점 미만으로 심사과정에서 과제 추진에 문제를 발견하더라도 경고 의미를 담는 수준에서 최하 61점은 주는 것이 관례처럼 돼 왔다”며 “이는 온정주의의 평가 분위기와 함께 상황에 따라서는 ‘실패할 과제를 지원했다’는 주변의 평가 및 시선이 두려워 덮어 두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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