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부터 ‘재고 없는 판매’를 목표로 전자태그(RFID)를 도입하기 시작한 세계 최대 할인점 월마트. 월마트가 RFID 도입에 따른 효과로 수치화해 발표한 금액은 지난 한 해 동안만 2억8700만달러에 이른다. 이에 고무돼 월마트는 현재 미국내 1000여개 점포에 도입한 RFID를 북미 전역의 4068개 매장으로 확대하고 있다.
월마트의 사례는 RFID를 매개로 한 유통혁신의 결과다. ‘유통혁신의 길’을 선도해 온 이 RFID가 이제 산업의 체질을 바꿔 놓는 ‘산업혁신의 길’을 닦고 있다.
RFID는 안테나와 칩으로 구성된 RFID 태그에 사용 목적에 알맞은 정보를 저장하고, 적용대상에 부착한 후 판독기를 통해 정보를 인식하고 처리하는 기술이다. 사실 RFID는 원시적인 수준이지만 이미 10년 전 산업계에 일부 도입됐다.
미국 자동차업체인 포드는 지난 98년 2월 승용차와 트럭용 부품에 ‘RFID 실시간 위치시스템’을 적용했으며, 현재는 기능을 한층 업그레이드해 부품조달·제조 전반에 걸쳐 활용하고 있다. 미국 PC업체인 델도 최근 공장전체의 생산성·효율성·가시성 확보를 위해, 위탁생산제조업체(EMS)와 협력, 제조·선적 두 프로세스에 RFID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단순하게 보면 RFID는 기존 접촉식이던 바코드를, 비접촉식 무선으로 대체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판독기 앞을 지나가기만 해도 정보를 인식한다는 점만을 놓고 봐도 그 효용성은 탁월하다. 하지만 RFID의 진정한 가치는 기존 바코드와 달리, 많은 양의 정보를 손톱보다 작은 칩에 저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단순히 가격정보뿐만 아니라 제품(상품)의 이력 관리·제조공정의 정보 관리 등이 가능해, 사실상 독립된 사물에 ‘두뇌’를 달아주는 셈이다. 심지어 특수센서를 부착한 RFID는 교량의 안전도를 수시로 체크함으로써 ‘성수대교 붕괴’와 같은 참극을 사전에 예방하는 기능까지 수행한다.
일부 특수용도에만 적용돼 온 RFID가 전 세계 산업계의 주목을 받게 된 배경은 세계 경제가 ‘IT 확산단계에서 IT활용 고도화단계’로 전환된 것과 무관치 않다. 생산성 향상과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이제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도 RFID를 도외시할 수 없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유통개념에서 시작된 RFID가 산업 속으로 녹아들고 있다는 표현도 가능하다.
김동훈 한국전자거래협회 회장은 “RFID는 수년 내 기업 경영의 필수 요소로 자리잡을 것이 확실시된다”며 “따라서 기업은 세계 흐름에 보조를 맞춰 도입을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대기업을 중심으로 RFID 도입이 큰 흐름을 타고 있다. 삼성전자는 삼성SDS와 함께 올해 반도체한국생산법인과 중국생산법인·미국판매법인을 연결하는 RFID시스템을 구축해 생산부터 판매에 이르는 글로벌 물류사이클을 완성했다. 삼성전자는 이 시스템 도입으로 해외창고에서 발생하는 야간 및 주말의 제품 입고처리 지연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24시간 365일 입고체계를 구축했다.
기아자동차도 서산공장 자동차생산라인에 RFID를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특히 기아자동차의 RFID는 물류·유통이 아닌 생산공정에 적용된 사례라는 점 때문에 관련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김승식 유통물류진흥원 원장은 “RFID는 산업계의 업무 프로세스 혁신을 선도하고 있다”며 “RFID를 매개로 한 산업간 연계는 업무 효율 극대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RFID 확산의 핵심은 성공 사례의 등장이다. 핵심산업분야에서 발굴된 성공 사례가 RFID 수요의 확충을 선도해야 한다. 이 때문에 산자부는 올 7월 성공 가능성이 높고 파급효과가 큰 핵심 선도산업으로 유통·물류·자동차·식품·가전·섬유 등을 선정했다. 해당분야에서의 적용 사례 수, 적합도, 산업연관성 등이 고려된 이들 산업을 시작으로 2차, 3차로 확산을 시도한다는 복안이다.
산업자원부는 2003년부터 RFID 기술의 산업적용 및 확산을 위해 관련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 유통·물류·생산 공정 등 다양한 분야의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올해 8월에는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RFID 확산 방안’을 발표하면서 산업분야의 RFID 적용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정보통신부는 공공분야의 RFID 도입 확산을 목표로 2004∼2005년 조달·국방 등 12개 시범사업을 추진해 유망 서비스 모델의 발굴·검증을 시작했다. 또 900㎒ 대역을 중심으로 조달·국방·물류(항공·항만)·식품 수출입·환경·통일 등 12개 과제를 선정 추진했으며 2006년에는 환경부·해수부·통일부·국방부를 주관기관으로 하는 감염성폐기물 관리, 국방탄약관리, 항만효율화, 개성공단 통행통관 및 통합 물류 시스템의 사업을 진행했다.
장윤석 항공대 항공교통물류학부 교수는 “산업계 확산을 위해 최근 적용환경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이뤄지고 있다”며 “인식률이 제고되고 적용 환경에 맞는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속속 선보이면 RFID는 산업계 전반으로 연착륙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RFID 업종별 도입 적합도 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