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위원회가 인쇄매체와 케이블TV·위성방송 등 유료방송매체의 강력한 반대를 무릅쓰고 지상파 방송의 중간광고 허용을 강행할 태세다. 이달 초 전체회의에서 지상파 방송의 중간광고 확대 추진을 의결한 데 이어 14일 개최된 공청회에선 구체적인 중간광고 허용방안을 내놓았다. 방송위가 이번에 마련한 중간광고 허용방안을 방송법 시행령에 반영, 본격 시행에 들어가면 향후 국내 미디어산업에 미치는 파장이 의외로 클 것으로 보인다.
방송위는 여론의 차가운 시선을 의식한 듯 이번 공청회에서 중간광고 허용 시 총광고시간이 증가하지 않도록 할 계획이며 시청자의 시청 흐름·프로그램 성격·전체 광고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시간·횟수 기준·장르별 기준 등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 종합유선방송의 중간광고 시행기준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중간광고를 허용하겠다는 세부방안도 내놓았다. 가급적 중간광고 도입 초기에 최소의 기준으로 시행해 부정적인 여론을 희석해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방송위의 중간광고 허용이 전혀 근거가 없는 얘기는 아니다. 지상파 방송의 광고점유율이 매년 하락하고 케이블과 온라인 등 신규 매체 광고시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상파 방송사의 중간광고 허용은 분명 새로운 활로를 열어줄 것이다. 게다가 2012년까지 디지털전환을 위해 2조원 규모의 시설투자 및 HD제작비용이 필요한데 재원조달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것도 중간광고 허용을 검토한 배경이 됐다고 본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의 중간광고 허용은 매체 간 균형발전이라는 전제조건이 충족된 후 추진되는 게 맞다. 분석 기관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중간광고 허용 시 지상파 방송사는 최소 480억원에서 최고 5300억원의 매출증가가 예상된다고 한다. 미디어 시장에 태풍이 불어오는 것이다. 매체 간 불균형이 해소되기는커녕 가속화할 공산이 크다. 인쇄 매체의 위축은 물론이고 케이블TV와 위성방송 등 유료매체의 성장에도 급제동이 걸릴 수 있다. IPTV 등 통방융합 서비스의 등장에 바짝 긴장하고 있는 유료방송업계에는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올 수 있다.
물론 방송위와 지상파 방송사가 지적하는 대로 2000년대 이후 케이블TV 등 유료매체 시장이 크게 성장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현재 케이블TV와 위성방송의 매출액 점유율은 전체 방송 매출액의 19%와 5% 수준에 불과하다. DMB도 신규 가입자 유치부진과 광고시장의 위축으로 위기에 처해 있다. 유료방송 시장의 근간이 되는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는 더욱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다. 전체 방송광고 매출에서 지상파 방송과 PP 간 매출액 비율이 8 대 2라는 것은 지상파 방송사의 독과점 구조가 해소되지 않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정작 우리 방송계는 현재 중간광고 문제보다 훨씬 중요한 현안이 많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IPTV관련법 제정 문제를 비롯, 기구통합문제 등에서 사회적인 합의를 해야 하며 한미 FTA 등에 대비해 매체 간 균형발전을 빨리 모색해야 할 단계다. 이런 사안에서 사회적인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도 우리는 허덕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과연 중간광고 허용 논의가 설득력 있는지 의문스럽다. 게다가 정권 말기라는 부담까지 지면서 추진하려는 이유를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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