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검색 엔진을 통해 배우는 AI 시대 국가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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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외 연세대 융합인문사회과학부 교수

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정보를 찾는다.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릴 때도, 식당을 예약하거나 제품을 비교할 때도 검색은 가장 익숙한 출발점이다. 오랫동안 정보탐색 중심에는 검색엔진이 있었다. 사람들은 키워드를 입력하고, 여러 검색 결과를 열어본 뒤, 필요한 내용을 직접 비교하고 판단했다. 그러나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등장은 이 과정을 바꾸고 있다. 이제 사람들은 짧은 단어를 조합하는 대신 자신의 상황과 목적을 담아 질문하고, 그에 대한 정리된 답을 곧바로 얻는다. 정보탐색은 키워드 중심에서 맥락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렇다고 생성형 AI가 검색엔진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빠른 답이나 간단한 요약에는 생성형 AI를 활용하지만, 신뢰할 수 있는 출처를 확인하거나 중요한 판단을 내려야 할 때는 여전히 검색엔진을 찾는다. 정보탐색은 단순히 답을 얻는 행위가 아니다. 여러 출처를 비교하고, 신뢰성을 따져보며, 불확실성 속에서 자신의 판단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검색엔진은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검색엔진은 하나의 답을 제시하기보다 정보 출처와 경로를 드러내고, 사용자가 직접 비교하고 판단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정보탐색은 '검색할 것인가, 물어볼 것인가' 선택이 아니라, '언제 AI에게 묻고, 언제 출처를 확인하며, 언제 스스로 비교하고 판단할 것인가' 문제로 바뀔 것이다. 검색엔진과 생성형 AI의 관계는 대체가 아니라 결합과 재구성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 변화는 개인의 검색 습관에 그치지 않는다. AI 시대의 국가 경쟁력은 누가 더 신뢰할 수 있는 지식 기반을 갖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 그런 점에서 국가 전략은 단순히 생성형 AI를 육성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가 이미 보유한 데이터 자산과 검색 경쟁력을 어떻게 보호하고 발전시킬 것인가가 핵심 과제가 돼야 한다. 검색엔진은 과거 정보탐색 도구가 아니라 국민이 무엇을 찾고, 어떤 정보를 신뢰하며, 어떤 경로로 판단에 도달하는지를 매개하는 핵심 인프라다. 만약 국내 검색 서비스 경쟁력이 약화되고 데이터 흐름이 소수 글로벌 플랫폼으로 집중된다면, 우리는 편리한 AI 서비스를 이용하는 대신 정보 축적, 유통, 검증 과정에서 주도권을 잃을 수 있다. AI 시대의 데이터 경쟁은 단순히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는 경쟁이 아니다. 자국의 언어, 문화, 지역 정보, 생활 데이터, 공공 정보를 이해하는 데이터 기반을 지키는 경쟁이다.

이를 위해 첫째, 검색과 AI 서비스 경쟁 질서가 '검색 품질 경쟁'에서 '개인화와 프라이버시 경쟁'으로 전환되도록 제도 환경을 정비해야 한다. AI 시대 정보 서비스 경쟁력은 검색 정확성, AI 응답 능력, 개인화 정교함, 프라이버시 보호에 대한 신뢰가 결합될 때 만들어진다. 개인정보 보호 원칙은 유지하되, 안전한 데이터 활용을 가능하게 하는 규제 재설계가 필요한 이유다. 둘째, 정부와 공공기관은 신뢰 가능한 데이터 제공을 확대해야 한다. 공공 데이터는 생성형 AI만을 위한 재료가 아니다. 검색엔진이 정확한 정보를 찾아내고, 생성형 AI가 신뢰하는 답을 구성하며, 국민이 출처를 확인하고 판단할 수 있게 만드는 국가 지식 인프라다. 법령, 통계, 복지, 보건, 재난, 교육, 산업, 지역 정보와 같은 공공 데이터는 기계가 읽을 수 있고, 출처가 명확하며, 지속적으로 갱신되는 형태로 제공돼야 한다.

검색엔진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중요한 교훈은 정보 가치는 답 자체가 아니라 답에 도달하는 과정 속에서 형성된다는 점이다. 마찬가지로 AI 시대 국가 전략은 더 강한 AI 모델을 만드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미 보유한 데이터 자산과 검색 경쟁력을 지키면서, 이를 생성형 AI와 결합해 더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생태계를 구축하는 일이다. AI 시대 국가 미래는 검색을 AI로 대체하는 데 있지 않다. 우리가 가진 데이터와 검색 경쟁력을 보호하고, 이를 생성형 AI와 결합해 더 신뢰하는 지식 기반을 만드는 데 있다.

김경외 연세대 융합인문사회과학부 교수 awekim@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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