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인 ‘지스타 2007’이 경기도 일산 킨덱스에서 어제 막을 올렸다. 올해 3회째를 맞는 이 행사는 ‘게임을 즐겨라, 비즈니스를 즐겨라’는 주제로 나흘간 열린다. 미국·일본·독일 등 전 세계 17개국에서 150개 업체가 참가해 온라인 등 다양한 게임을 선보였다.
특히 올해는 수출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비즈니스 분야를 확대한 결과 지난해 33곳에 그쳤던 B2B관 참가업체가 67곳으로 늘어났다. 애당초 ‘지스타’는 국산 게임의 위상 강화와 해외 네트워크를 이용한 수출 확대를 위해 탄생했다. 미국의 ‘E3’, 일본의 ‘도쿄게임쇼(TGS)’ 같은 세계 3대 종합 게임전시회를 만들어 한국을 전 세계 게임 산업의 허브로 도약시킨다는 원대한 목표에서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창설 3년째인 지스타는 여전히 글로벌 게임 전시회로 자리 매김하기에는 많은 숙제를 안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해 지적된 문제가 올해도 개선되지 않고 있어 걱정스럽다. 우선 글로벌 게임 전시회라면 마땅히 참가했어야 할 일렉트로닉아트(EA)·블리자드·닌텐도·소니 같은 대형 게임업체가 올해도 불참해 ‘반쪽 잔치’라는 지적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다. 참가업체 수도 작년과 비슷한 150개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이래서는 글로벌 전시회라고 말할 수 없다.
이미 일본·중국은 물론이고 심지어 싱가포르까지 지난 9월 초대형 게임전시회를 개최하며 게임강국으로 부상하기 위해 국가적으로 적극 나서고 있다. 우리가 게임강국으로 여기지 않는 싱가포르지만 9월 전시회 때 300곳이나 되는 업체를 끌어들였다. 중국의 대표적 게임 전시회인 ‘차이나 조이’ 역시 중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 아래 전시회 규모를 계속 키우고 있는 중이다. 이런 마당에 세계적 게임업체가 불참하고 참가업체 수도 정체 상태에 있다는 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올해 주제인 ‘비즈니스를 즐겨라’에서 보듯 참가기업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비즈니스 업무를 강화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지난해에는 전년보다 50% 정도 많은 2억9000만달러의 상담 실적을 올렸는데 이 상태로라면 올해는 3억달러가 넘을 것이다. 앞으로 지스타는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애매모호한 성격의 전시회로는 더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이미 다른 세계적 전시회들도 변신에 한창이다. E3와 TGS는 비즈니스를 강조하거나 다른 콘텐츠와 결합하는 등 외연을 넓히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에도 문제가 됐던 도우미들의 과도한 ‘볼거리’는 이제 지양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게임은 사행과 음란성 문제로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게임산업이 더욱 발전하려면 문화산업으로 자리 매김해야 하고 청소년뿐 아니라 온 가족이 즐기는 것이어야 한다. 그래야 지스타도 온 국민이 가서 보는 축제의 장이 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온 가족이 데리고 가기 민망한 ‘선정성의 지스타’는 더 이상 곤란하다.
장소 문제도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지스타가 서울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관람객 수가 적을 수밖에 없다. E3·TGS 같은 세계적 게임 전시회는 벌써 10년이 넘은 데 비해 지스타는 이제 3년째다. 애초 목적처럼 지스타가 세계 3대 전시회로 도약하기 위해 정부와 업계가 다시 한 번 지혜를 모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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