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기업, 직원들 영어 교육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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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말 프랑스 알카텔과 미국 루슨트테크놀로지스가 합병해 탄생한 알카텔 루슨트의 이사회는 발칵 뒤집혔다. 신임 CEO로 추대된 패트리샤 루소 루슨트테크놀로지스 전 CEO가 회사의 공식언어인 프랑스어를 배우지 않겠노라고 고집을 피운 것. 결국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미국인 CEO의 돌출 발언은 자국어를 유달리 아끼는 프랑스인들의 자부심을 건드렸다.

국내 다국적기업 직원들은 영어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본사 직원들과 정기적으로 전화 업무연락(콘퍼런스 콜)을 주고 받다 보면 상대방의 말을 이해하거나 내 주장을 펼치는데 한계를 느끼기 때문이다. H기업의 K 과장은 “콘퍼런스 콜 도중 영어가 안 들려 창피를 당하는 악몽을 꾸기도 한다”고 호소했다. 다국적기업이 즐비한 테헤란벨리나 여의도 일대 영어학원 새벽반은 직장인들로 항상 만원이다.

언어 장벽은 인터넷으로 한층 가까워진 지구촌 기업들 사이에 여전히 넘기 어려운 경계를 만들고 있다.

6일 월스트리트저널은 국경을 초월한 글로벌기업 간 인수 합병이 증가하면서 언어와 문화적 차이로 인해 구성원 간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부분이 영어를 공용어로 택하고 있는 다국적기업 내에서 외국 직원들이 영어를 통해 기본적인 의사소통은 가능할 지 모르나 원어민들의 농담이나 관용적 표현까지 이해하기는 힘들다. 원어민들도 각 국가별로 발음과 억양이 다르고 문화적 차이로 인해 의미 전달이 왜곡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세계 49개국에 지사를 두고 있는 미 테크놀로지 컨설팅업체 컴퓨터사이언시스코프는 최근 유럽지사에서 한 프랑스 직원이 영국 직원의 농담을 이해하지 못해 문제를 일으키자 외국인 직원들을 위한 언어교육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미 온라인 영어강습 업체인 글로벌잉글리시는 65개국 사람들의 독특한 발음을 반영한 영어 교재를 제공하고 있으며 영어권의 풍자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는 교재도 준비하고 있다. 또 벌리츠 인터내셔널 등 국제학교들은 영어구사 능력 외에 각국의 문화적 특성에 대한 강의를 제공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영어를 이용한 소통의 문제가 “단순한 어휘능력 확대로는 해결될 수 없는 성질의 것들”이라면서 “기업의 세계화와 함께 기업 내 영어 사용이 늘어나면서 비영어권 영어사용자들의 영어능력 향상만큼 그들의 언어적 특징과 문화적 배경 이해에 대한 필요성도 강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윤아기자@전자신문, for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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