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꼭 30년 만에 돌아온 로봇 태권브이가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했다.
창고에 박혀있던 태권브이(필름)가 디지털로 복원돼 우리 앞에 다시 나타났을 때, 이에 환호한 세대는 어린이 층보다는 사실상 마흔 전후가 된 어른들이었다. 일명 태권브이 세대. 그 결과는 제작사인 (주)로보트태권브이 자체 집계 기준 ‘75만명의 관객 동원’이라는 놀라운 숫자로 귀결됐다. 국내 애니메이션 사상 최대 관객 동원이다.
태권브이는 콘텐츠 측면에서 SF에 ‘딱’ 들어맞는다. 로봇이라는 존재감은 물론 로봇과 기지를 설계하는 객관적인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한 그럴싸한 스토리를 만화영화라는 형태로 풀어갔기 때문이다.
30년 만에 재등장한 태권브이는 비단 과거 콘텐츠 복원의 의미를 넘어선다. 31년 전 태권브이 태동은 ‘마징가Z’라는 일본 만화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국내 최초의 애니메이션이었다. 지금은 당시와 비교할 수 없게 발전한 CG(컴퓨터 그래픽) 기술로 할리우드식 SF나 3D 애니메이션과 견줄 수 있는 수준의 로봇 구현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장르적 의미에서 국내 SF(영화) 분야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것이냐에 대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온라인 게임, 디즈니와 같은 캐릭터 산업 등 후방산업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고, 무엇보다 문화적 국경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SF 특성상 세계 무대로 진출도 기대해 볼만 하다.
중장기 전락 분야로서 로봇 산업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국민적 관심사를 높여 이공계나 과학 분야의 학생 및 종사자들의 역할을 재조명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으니 이 정도면 돌아온 로봇 태권브이는 그야말로 ‘국가적 자산이자 대형 프로젝트’다.
(주)로보트태권브이는 이런 기대를 바탕으로 내년 하반기 온라인 게임 베타 버전을 출시하고, 2009년 상반기 애니메이션이 아닌 실사영화 개봉을 준비중이다.
이를 위해 180억원 규모의 펀드도 조성중이다. 신철 (주)로보트태권브이 대표는 “태권도는 올림픽 정식 종목일 뿐 아니라 세계 186개국, 1억명이 하고 있는 운동”이라며 “한국적 콘텐츠임에도 문화적 이질감이 덜한, 그리고 로봇이라는 미래와 연계된 분야라는 측면에서 소비자와 접점이 높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 대표는 “쥐(미키마우스) 한 마리가 연간 34조원을 벌어들이는 디즈니 사업 모델을 우리가 하지 못하라는 법이 없다”며 태권브이가 콘텐츠 산업의 선순환 사이클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타냈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반지의 제왕이나 트랜스포머에 눈높이가 맞춰져 있는 관객들을 사로잡기 위해서 무엇보다 태권브이가 그만한 질을 담보해야한다는 지적이다. 중천, 디-워에서 우리 CG 기술력은 일정 정도 확인됐으나, 세계 무대에서는 이를 넘어서야 한다. 그만큼의 자본이 뒷받침돼야 한다. 스토리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해외 배급을 목표로 한다면 태권브이의 이야기 구조가 과거의 것이나 과거의 내용을 전제로 만들어질 때 흡입력이 약할 수 있다는 우려다. 100억원 이상의 대자본이 투여되는 실사영화라면 75만 관객으로는 어림없다. 디-워나 괴물처럼 1000만 관객을 목표로 뛰어야한다. 사실 성공한 SF는 CG 수준은 물론 과학적 개연성에 바탕을 둔 탄탄한 이야기 구조라는 두 가지 요소를 갖출 때 가능하다. ‘정의로운 로봇 태권브이’가 30년이 지난 현재 사회에서 그리고 나아가 세계 무대에서 우뚝 설 것인지, 게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탐사기획팀=신혜선기자@전자신문, shinhs@etnews.co.kr 김규태·한정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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