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요금 무한 전쟁시대](1)요금체계가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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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통신 3사 모두가 망내(외) 할인을 기반으로 하는 새 요금제를 내놓으면서 시장은 무한 요금경쟁에 돌입했다. ‘시장경쟁을 이용한 요금인하’라는 새로운 환경에 사실상 첫걸음을 내디뎠다. 반면에 철저한 준비 없이 여론에 밀려 요금체계를 갑자기 바꾼 것이 시장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시장 변화의 의미와 전망을 긴급 진단한다.

◇따라하기는 이제 없다=과거에도 요금 인하와 요금제 경쟁이 있었다. 하지만 지배적사업자인 SK텔레콤이 먼저 요금을 내리거나 새 요금제를 만들면 KTF와 LG텔레콤이 이에 준한 대응책을 내놓는 식이었다.

 이번에는 달랐다. SK텔레콤은 파격적인 망내 할인을 끄집어냈다. LG텔레콤은 아예 완전 무료화라는 강수를 꺼내들었다. KTF는 KT와 함께 망외 할인으로 한걸음 더 나아갔다. 경쟁사 눈치를 보며 비슷한 요금제를 내놓던 과거의 관행이 확실히 깨졌다. 사업자마다 처한 상황에 맞는 대응책이 나온 셈이다. 이통시장 요금 경쟁의 패러다임이 앞으로 변화할 것임을 예상하게 하는 대목이다.

 ◇시장 반응은 미지수=소비자는 아직 담담한 반응이다. 본격적인 상품 출시가 이뤄지지 않은데다가 이통 3사의 모든 상품이 기본료 인상이라는 조건을 달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을 단순하게 이통 3사의 시장점유율만으로 계산하기도 힘들다.

 우리나라 소비자가 요금제 자체에 큰 관심이 없다는 것도 악재다. 한 이통사 임원은 “전체 소비자 중 25% 정도만이 자신이 쓰는 요금제에 관심을 갖고 상황에 따라 이동하는 ‘요금제 민감형 사용자’”라며 “이번 할인요금제 역시 처음부터 엄청난 반향을 불러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에 이통 3사가 본격적인 광고 전쟁에 돌입하면서 소비자 관심을 끌어온다면 예상 외로 일찍 정착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요금체계 근간이 흔들린다=이번 요금제 출시는 장기간의 진지한 고민 끝에 나왔다기보다는 청와대에서 촉발한 요금인하 압박이 SK텔레콤과 후발 사업자로 이어진 도미도 현상이다. 원가산정 작업조차 완벽하게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몇 개월 동안 운용해보기 전에는 전체 시장에 미칠 효과나 부작용을 예측할 수 없다. 이미 미국 등 많은 국가에서 망내 할인제도를 운영 중이지만 요금부과체계 자체가 달라 우리 상황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

 외국식으로 나아갈 가능성도 있다. 외국 사업자의 망내 할인제는 가입자 유치라는 기본 목적은 우리와 같지만 운영 행태는 판이하다. 허용범위를 넘으면 통화료는 엄청나게 오른다. 또 전화를 받은 사람도 통화료를 낸다. 소비자는 500분, 1000분과 같이 허용된 무료 통화 범위를 가능하면 잘 벗어나지 않는다. 요금제 종류도 한 달 49.99달러, 79.99달러 등 몇 개 안 된다. 이런 요금 구조로 외국 사업자는 적정한 이윤을 확보한다. 기본적으로 통화를 많이 하는 사람은 돈을 더 많이 내는 구조다.

 망내 할인이 보편화하면 우리나라에도 이런 요금 구조가 들어설 여지가 생긴다. 우리나라는 사업자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기본료를 제외하고는 통화료를 싸게 책정하고 발신자만 내도록 해왔는데 외국식으로 갈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망내 할인은 또 통화량과 원가구조에도 영향을 미쳐 이를 기반으로 한 사업자 간 접속료 정산에도 새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러나 우리 통신 요금 체계의 근간을 뿌리채 흔들지 모를 요금 경쟁의 시위는 이미 당겨졌다.

  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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