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기업 미래를 준비한다](8·끝)인텔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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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텔은 세계 최대 마이크로프로세서 업체다. PC용 중앙처리장치(CPU) 분야에선 시장 점유율이 80%를 넘는다. 하지만 인텔이 처음부터 마이크로프로세서 업체였던 것은 아니다.

 페어차일드에서 일하던 로버트 노이스와 고든 무어가 회사를 나와 1968년 인텔을 창업했을 당시 인텔은 메모리 반도체에 온 힘을 쏟았다. 그러나 인텔은 치열한 시장 경쟁 탓에 20억달러가 넘는 적자에 직면한다. 이때 최고경영자(CEO)를 맡은 앤디 그로브가 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과감히 접고 마이크로프로세서 사업에 뛰어든다. 집중적인 연구 개발과 함께, 90년대 들어 시행한 ‘인텔 인사이드’ 마케팅으로 사업은 흑자로 돌아섰고 지금은 세계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의 1인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인텔이 당시 메모리 칩에서 마이크로프로세서로 전환할 수 있었던 밑바탕에는 CEO의 뛰어난 결단력과 더불어 임직원들의 노력과 치열함이 자리하고 있었다. 인텔의 연구 활동은 지금도 한 발 앞서며 보다 실험적이다.

 인텔의 연구·개발 활동은 가장 작은 트랜지스터와 마이크로프로세서에서부터 이 제품들이 사용될 시스템과 소비자 사용 방법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역을 포괄한다.

 인텔연구소가 역점을 두는 분야는 테라급 컴퓨팅과 에너지 효율 플랫폼, 무선통신, 소형 플랫폼 4가지 영역이다. 테라급 컴퓨팅는 미래 지향의 스케일러블(확장 또는 축소해도 난조가 발생하지 않는) 컴퓨팅을 연구하고, 에너지 효율형 플랫폼는 작업 흐름에 따라 구동되는 최적의 에너지 활동 연구을 주력한다. 또 무선통신 분야는 이동 광대역 및 첨단 무선 플랫폼에 대해서, 소형 플랫폼에서는 크기는 작지만 사용 시간은 연장된 플랫폼 및 활용 모델에 대해서 다룬다.

 인텔연구소의 모든 연구 개발은 세계 수준의 기술 전문성, 개방형 협업, 대학과의 협력, 여러 전문 분야로 구성된 조직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실험적 연구는 컴퓨터 아키텍처, 분산시스템, 네트워킹, 통신, 기계학습,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작용, 신흥시장 등 다양한 기술 분야를 대상으로 한다. 특히 기술을 생명력 넘치고 유용하며 개인적이면서 일상생활의 필수품이 되게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모바일 컴퓨팅 및 커뮤니케이션 연구는 전 세계 각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추진한다. 사용자·운영자·공동체들이 직면한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이 목표이며 주로 유비쿼터스 통신 접속의 장애물 해결에 힘쓰고 있다. 인텔은 이를 통해 사용자와 공동체들이 풍부한 컴퓨팅 경험에 필요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무선기기를 구현한다는 방침이다.

 또 인텔연구소는 인간의 일상생활과 업무 등 모든 면에서 삶을 풍부하면서도 단순화시킬 수 있는 에센셜 컴퓨팅(Essential Computing)이라는 분야도 연구한다. 이는 인간 생활을 보다 윤택하게 할 수 있는 분야에 역점을 두고 있다. 특히 인텔은 다른 마이크로프로세서나 여타 반도체 기업들과 달리 인류지향의 연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 연구는 일상생활의 기본적 패러다임과 현상을 탐구해 사람·일상행위·기술 혁신의 상관 관계를 정밀히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를 통해 사용 모델을 발견하고 실제 생활에서의 소비자 요구 사항을 파악함으로써 제품 개발에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와 함께 인텔은 ‘인텔 테라급 컴퓨팅 연구 프로그램’을 통해 차세대 플랫폼 개발을 꿈꾸고 있다. 이는 수백 개의 스레드와 테라바이트급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수십개에서 수백개에 이르는 코어를 사용해 대량 병렬구조로 전환하는 방대한 작업이라고 연구소 측은 설명했다.

 특히 인텔의 연구 활동은 투자법인인 인텔캐피털의 기업 투자와 면밀한 관계 속에 이뤄진다는 점이다. 인텔은 전 세계 전도유망한 기술기업을 발굴하고 투자하며 이들 기업을 통해 연구 활동의 범위를 확장한다. 투자업체 선정 기준은 △업계 표준 솔루션 개발 △세계적인 인터넷 성장 주도 및 신 사용자 모델 촉진 △컴퓨팅 및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발달에 도움을 주는 기술 등이다.

 한편 인텔은 매년 50억달러에 달하는 비용을 연구 및 조사 활동에 사용하고 있다.

 인텔연구소에서는 인텔의 비즈니스 영역과 직접 연계된 분야와 간접 연계된 분야의 연구가 나누어 진행된다. 직접 연구 분야는 전체의 80∼85% 가량을 차지하며 인텔의 전 사업을 지원한다. 나머지 15∼20% 가량은 탐구 연구 활동으로 새로운 사업 분야 발굴에 집중된다.

 인텔연구소는 코퍼레이트테크놀로지그룹(CTG) 산하에 △통신기술연구소(CTL) △시스템기술연구소(STL) △마이크로프로세서기술연구소(MTL) △인텔리서치 등으로 구성된다. 연구소를 총괄하는 CTG그룹은 저스틴 래트너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이끈다.

 이밖에 기술 규정 및 표준을 담당하는 조직도 있다. 돈 화이트사이드 표준 및 규정 담당 이사 겸 인텔 CTG 부사장이 책임을 맡고 있으며 인텔과 업계 및 최종 사용자의 혜택을 위해 세계적인 표준과 규정을 제정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현재 전 세계에 15개의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연구원 수는 약 1000여명에 이른다. 지역별로는 미국 6개(시애틀·힐스보로·버클리·샌타클래라·첸들러·피츠버그), 멕시코 1개(과달라하라), 러시아 2개(모스크바·상트 페테르부르크), 독일 1개(브라운슈바이크), 스페인 1개(바르셀로나), 이스라엘 1개(하이파), 중국 2개(베이징·상하이), 인도 1개(벵갈루루)다.

 특히 1998년 인도 벵갈루루에 설립된 인텔인도개발센터(IIDC)는 미국 외 지역에 설립한 인텔 비제조 설비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IIDC의 개발팀들은 대부분의 인텔 제품 디자인에 크게 기여하고 있으며, 엔터프라이즈 및 모바일 부문과 관련된 여러 CPU와 칩세트 제품 개발에도 참여했다. 이 밖에도 IIDC는 전력 효율성, 테라급 CPU 및 헬스 플랫폼 등 핵심 분야로 연구 개발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

◆인터뷰-앤드류 치엔 인텔 코퍼레이트테크놀로지그룹(CTG) 부사장 겸 인텔 리서치 디렉터

 -인텔연구소 설립과 운영의 특징은.

 ▲인텔은 1999년부터 대학 연구소들과 연구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그 일부로 버클리·피츠버그·시애틀에 있는 인텔연구소들은 대학과 공동의 이익을 위해 개방적인 연구를 진행해 왔다. 주요 명문대 근처에 위치한 이들 연구소는 인텔 소유이거나 인텔에 의해 재정적 지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역점을 두고 연구하는 분야는.

 ▲인텔 연구 조직은 영향력이 큰 5∼10년 정도 앞선 기술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 연구 분야는 바이오·센서·로보틱스·네트워킹·분산시스템·유비쿼터스 컴퓨팅·인간-컴퓨터 간 상호 작용·사용자 경험·미래 무선통신 등이다.

 -반도체 업체로서는 특이하게 인류학적인 연구를 담당하는 연구소도 있다는데.

 ▲인텔은 문화·사회관습, 일상생활에 대한 이해와 관련된 사회 과학적 기술을 연구하기 위한 피플&프랙티스(PaPR)라는 조직을 창설했다. 궁극적 목표는 인텔이 미래에 대한 혜안을 갖도록 해 문화적 패러다임의 변화를 혁신에 활용하는 것이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와 공동으로 ‘에픽(EPIC)’이라는 인종학 관련 연례 콘퍼런스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제 휴대폰이나 스마트폰 하나면 웬만한 정보는 다 파악할 수 있다. 마이크로프로세서 업체로서 어떻게 대응하고 있으며 향후 계획은 뭔가.

 ▲내년에 나오는 45나노미터 실버손 계열 프로세서와 멘로우 플랫폼은 크기가 작고 소비 전력이 적으며 성능이 높다. 45나노미터 실리콘 프로세스 기술은 멘로우 플랫폼을 통해 저전력 소형 디지털 제품에서 강력한 플랫폼으로 작동하게 될 것이다. 인텔은 2008년 초에 45나노미터 프로세서와 65나노미터 칩세트에 할로겐을 없앤 패키지 기술을 사용할 계획이다. 납을 사용하지 않는 하이케이(High-K) 메탈 트랜지스터 기술을 이용해 에너지 효율적이면서 환경친화적인 차세대 프로세서를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마이크로프로세서와 인텔의 미래을 어떻게 보나.

 ▲인텔의 테라급 컴퓨팅 연구 프로그램은 향후 10년을 내다보는 최첨단 플랫폼 개발을 목적으로 한다. 멀티 코어 아키텍처가 이처럼 병렬처리 방식으로 변화하는 것은 소비 전력 효율과 성능면에서 지속적 발전을 가능하게 한다. 우리는 수 십개에서 수 백개의 코어가 만들어낼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에 기대가 크다. 이런 컴퓨팅 혁명은 이제 막 시작됐으며 파급력과 변화는 더 가속화할 것이다.

 샌프란시스코(미국)=정소영기자@전자신문, s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