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천안공장 중앙에 위치한 전지사업동은 단일 규모로는 세계 최대인 월 3800만 개의 리튬이온전지를 생산한다. 공장에 들어서는 순간 곳곳에 나붙어 있는 ‘백투더 베이직(기본으로 돌아가자)’ ‘불량은 주지도 말고 받지도 말자’ ‘이물, 수분은 우리의 적이다’ 등 각종 품질 관련된 슬로건들이 눈에 들어왔다. 동행한 전병복 전지사업부장(전무)은 “리튬이온 이차전지는 구조적으로 완벽할 수 없기 때문에 항상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다”면서 “품질 부서는 문제가 있을 경우 라인을 세우는 것은 물론 사업부장까지 호출할 수 있을 정도로 전지사업부에서 가장 힘센 부서”라고 말했다.
천안공장 이차전지 생산현장은 말 그대로 이물과의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극판을 생성시키고 셀을 조립한후 이를 굳게 만드는 화성공정에 이르기까지 라인 곳곳에는 총 134곳의 세이프티 포지션(안전검사) 공정을 두고 있었다. 세이프티 포지션에서는 이물질 검사는 물론 자석 등을 이용해 걸러내는 작업까지 한다. 이물이 발생할 수 있는 길목마다 차단막을 두고 있는 셈이다. 최근 발생한 대부분의 전지 폭발 사고가 이물로 인한 합선으로 추정되고 있는 만큼 품질에 완벽을 기하기 위해서라는 게 전지본부 기술팀 김종구 과장의 설명이다.
철저한 품질 공정을 통과한 전지는 고온과 상온을 며칠간 오가면서 동작검사(에이징)을 거쳐 출하된다.
철저한 품질 의식 때문인지 삼성SDI는 지난 3년간 이렇다할 문제를 겪지 않았다. 삼성SDI는 지난 2월 일본의 니케이 일렉트로닉스로부터 가장 안전한 전지로 평가 받기도 했으며 지난 7월에는 세계적인 공구업체인 보쉬사로부터 이차전지 분야 최우수 협력업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산요, 소니, 마쓰시타 등 일본 기업들이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잇달아 대규모 리콜사태로 체면을 구긴 것과 사뭇 비교된다. 이들은 삼성SDI보다 10년 앞서 리튬이온 이차전지 사업을 시작한 업체들이다.
김순택 삼성SDI 사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은 추석을 앞둔 지난 20일 천안 공장 이차전지 생산라인에 모두 모여 ‘품질 결의대회’를 가졌다. 리튬 이차전지부문에서 세계 최고의 안전성을 자랑하는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긴장감을 조금이라도 늦출 경우 언제 사고가 발생할 지 모른다는 위기 의식 때문이다.
전병복 사업부장은 “최근 경쟁사들의 리콜 사태로 바이어들이 삼성SDI에 몰리면서 노트북에 사용되는 원통형 전지의 경우 내년 물량까지 이미 다 확보한 상태”라며 “가격도 일본 기업 제품보다 더 높게 받고 있다”고 귀띔했다.
유형준기자@전자신문, hjy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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