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벤츠 돌진’ 사건이 일어난 후 김신배 SK텔레콤 사장은 사건 자체도 충격적이지만 네티즌들의 댓글에 더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분명 비상식적인 행위인데도 속이 시원하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으며 더 심한 표현까지 쓰는 악플도 많았기 때문이다. 당시 SK텔레콤 내부에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냐”며 한탄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지난 봄부터 이통요금인하 압박운동을 전개한 서울YMCA는 당시 모 대학생을 참여시켜 이통 요금이 부당하게 높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 대학생은 한달 용돈이 30만원의 30% 이상인 10만원이 이통요금이라며 너무 과도하게 높게 책정됐다고 주장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누가 쓰라고 강요한 것도 아니고 상식을 갖고 있는 성인이 자신의 무분별한 소비를 부끄러워해야할 사안인데 너무 당당하게 말해 놀랐다”고 말했다. 문제는 그래도 이런 주장들이 먹힌다는 것이다.
유선업체들에 대한 소비자 불만도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물론 고객불편을 반드시 해결해야 하지만 문제는 원인과 관계없이 무차별적으로 제기하는 불만도 상당수라는 것. 초고속인터넷 속도가 느리다는 불만이 접수돼 현장에 가보면 절반 이상은 컴퓨터가 노후화된 것이 요인이라고 한다. 그래도 비난은 늘 통신서비스 업체의 몫이다.
위와 같은 사례들은 성숙하지 못한 통신 소비문화의 단면을 보여준다. 통신시장이 지난 10년간 양적으로 팽창한 반면 이를 수용하는 소비문화는 따라오지 못한 것이다. 사업자들도 책임이 있다. 기술 및 서비스 개발에 앞서나갔는지 몰라도 소비자와 호흡하는 면은 상당히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김선화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은 ‘시민사회와의 충돌’로 표현했다. 김형진 메릴린치 상무도 “최근 요금논쟁의 본질은 다양한 문화비를 포함한 통신요금의 성격을 제대로 설득하지 못해 지금과 같은 요금저항을 불러온 것”으로 진단했다.
프랑스의 경우 사업자와 소비자 단체가 정기적으로 협의 테이블을 구성해 고객의 숨은 불만을 미리 토론하고 대책을 마련한다. 프랑스 2위 이통사인 SFR의 장 도미니끄 부사장은 “세계적으로 이동통신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타산업에 비해 생활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늘었지만 이를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과 노하우 등에 대해 제대로 알리지 못했다”며 “통신사들에게 주어진 또다른 과제”라고 말했다.
조인혜기자@전자신문, ih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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