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를 태운 마이크로 버스가 연방 경적을 울려댄다. 도로를 점령한 오토바이족을 뚫고 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기 때문이다. 도로의 3분의 2 이상이 오토바이로 가득 찬 2007년 여름의 베트남 수도인 호찌민 시내. 오토바이만 빼면 영락없는 1970∼1980년대 한국의 여느 중소 도시다.
베트남은 한국정보문화진흥원(KADO)이 지난 2001년부터 전개해 온 해외인터넷청년봉사단(KIV:Korea Internet Volunteers) 사업에 참여한 팀이 한 해도 안 거르고 선택한 곳이기도 하다. KIV 사업은 KADO가 지난 2001년부터 국가 간 정보격차를 해소하고 국제 협력을 꾀하기 위해 시작한 사업으로 매년 30여개국에 300여명(약 80개팀)이 나가 활동하고 있다.
“봉사도 봉사지만 길지 않은 기간에도 뿌듯한 마음이 생겼고 해당 지역 학생과 어울리다 보면 그 나라를 알게 되고 여러모로 좋은 것 같습니다.”
올여름 각각 호찌민과 하노이를 방문해 봉사활동을 하고 돌아온 김성환 교수(서울시립대 디지털미디어대학 컴퓨터과학부)팀과 진동수 교수(경인여자대학 e비즈니스 전공)팀원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김 교수는 올해 KADO의 KIV 프로그램을 거쳐 봉사단 활동을 했다. 카이로·하노이에 이어 세 번째 경험이었다. 특히 올해부터는 원활한 언어 소통을 위해 현지인의 참여가 허용돼 한녹손씨(베트남 하노이공대 수리정보학 석사과정)도 팀원에 합류할 수 있었다. KIV는 이렇게 언어 쪽 전문가와 IT·문화분야를 담당할 사람을 포함해 총 4명으로 구성된다.
김 교수팀(씬짜오)은 지난 여름 호치민경제대 학생과 첨단 IT분야의 지식을 공유했다. 특히 네트워크 매니지먼트·웹 프로그램·모바일 자바 등 단순히 윈도를 손봐주는 수준을 뛰어넘는 교육을 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지난해 김 교수팀이 하노이에 갔을 때는 PTIT에서 현지 교수와 연구 주제를 논의하자고 제안해 와 논문주제 수준의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김 교수는 “KIV는 한국 IT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의미도 있지만 교수집단과 하는 것도 큰 의미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윈도나 포토숍 같은 것을 먼저 배웠다고 해서 한국 IT가 우수하다고 할 수 없다”며 “포토숍 같은 것도 단순히 쓸 줄 아는 사람이 가르치는 것과 창작을 할 수 있는 사람이 가르치는 것은 천양지차”라고 말했다. 이제는 베트남 학생도 단순히 PC 프로그램을 조작하는 수준이 아닌 특별한 교육을 했을 때 호응도가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진동수 경인여대 교수는 올해로 KADO의 KIV 프로그램만 다섯 번째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서도 활동을 한 적이 있다. 진 교수는 지난 여름에 다녀온 하노이를 포함해 베트남만 세 번 다녀왔다. 진 교수는 “과거에 중국·터키도 다녀왔지만 베트남 지역의 매력 때문에 내년에도 이 프로그램을 신청해서 다녀올 생각”이라고 밝혔다. 심지어 2년 후에 올 안식년에는 1년간 교환교수로 갈 의향도 있다고 한다.
진동수 교수팀(하동)은 올해 2학년 학생을 모집해 팀을 꾸렸다. 진 교수와 팀장인 김병기씨가 IT 강의를 주로 맡았고 이예진씨(경인여자대학 e비즈니스학과)는 문화와 IT 강의를 담당했다. 언어는 베트남 현지 학생인 팜티투현씨가 맡았다. 그 전에는 DB·그래픽·프로그래밍 등 IT 중심의 교육이 대부분이었지만 올해에는 교육과정을 조금 바꿨다.
진 교수는 “베트남은 지금 7∼8년 전 우리나라에서 IT가 막 뜨기 시작할 무렵의 모습과 같다”며 “올해에는 그동안 가르쳐 온 IT에 비즈니스를 접목한 퓨전 개념을 가미했다”고 설명했다. 현지 교수를 대상으로 한국의 e비즈니스 현황을 설명하는 세미나도 열었는데 공감을 표시하며 e비즈니스학과를 설치할 뿐 아니라 초빙교수로 모시고 싶다는 요청까지 받았다고 진 교수는 밝혔다.
봉사단 활동에 처음 참여한 이예진씨는 “베트남 학생이라 해서 인터넷이나 IT에 관한 지식이 일천한 줄 알았는데 그곳 학생이 더 많이 알고 있는 것도 있었다”며 “베트남 친구들은 순수 IT뿐 아니라 한국과의 교류를 원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호치민(베트남)=주문정기자@전자신문, mjjoo@
많이 본 뉴스
-
1
기계연, '생산성 6.5배' 늘리는 600㎜ 대면적 반도체 패키징 기술 실용화
-
2
네이버멤버십 플러스 가입자, 넷플릭스 무료로 본다
-
3
KT 28일 인사·조직개편 유력…슬림화로 AI 시장대응속도 강화
-
4
삼성전자, 27일 사장단 인사...실적부진 DS부문 쇄신 전망
-
5
K조선 새 먹거리 '美 해군 MRO'
-
6
인텔, 美 반도체 보조금 78.6억달러 확정
-
7
갤럭시S25 울트라, 제품 영상 유출?… “어떻게 생겼나”
-
8
GM, 美 전기차 판매 '쑥쑥'… '게임 체인저' 부상
-
9
삼성전자 사장 승진자는 누구?
-
10
美 캘리포니아 등 6개주, 내년부터 '전기차 판매 의무화'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