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김택진이 본 게임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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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을 잃어버린 현대사회에 이야기를, 꿈꿀 수 있는 권리를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온라인게임이다.

 

 두뇌를 연구하는 사람들에 의하면 기억은 스토리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갓난아기 시절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은 스토리를 인지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며 상황을 순차적인 흐름으로 이해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기억으로 남는다는 것이다.

 현대인의 가장 큰 고통 중 하나는 사회에서 강요하는 스토리에 끌려 다니고 본인이 원하는 스토리를 만들어가지 못하면서 부품화되고 서로간에 단절되는 것 때문에 발생한다.

 그런데 온라인게임은 강요에 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즐거운 경험이 될 다양한 기억을 만들어 준다. 또 온라인게임은 영화나 드라마와 같이 수동적으로 스토리를 받아들이는 차원이 아니라 직접 뛰어들어 자신의 스토리를 창조해나갈 수 있어 매력적이다.

 해외에서만 400만 카피 이상 팔려나간 온라인게임 ‘길드워’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고 사랑을 쟁취해 나가는 역동적인 스토리를 그리고 있다. 그 스토리가 동서양·종교·피부색을 뛰어넘어 전 세계 사람들을 즐거운 기억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아닌가 한다.

 단일 게임 누적매출이 1조6000억원에 달하는 온라인게임 ‘리니지’ 시리즈는 단순 그 매출 금액만으로 ‘사회현상’처럼 돼버린 그 본질을 모두 설명할 수 없다. 사이버 공간에서도 정의와 자유가 살아 있다는 가슴 뭉클한 스토리로 게임 내에서 가장 힘이 셌다. 마음가짐이 좋지 못했던 우두머리를 다수의 게이머가 힘을 합쳐 몰아내는 등 에너지가 넘쳐난다.

 마치 지난 1987년의 민주주의의 공간을 사이버상에서 그대로 재현해 냈다고 할까.

 또 현실 세계에서 이런 저런 이유로 행복한 결혼식을 올리지 못했던 게이머를 위해 게임 속에서 멋지고 아름다운 결혼식을 올리게 해준 감동적인 스토리를 접할 때는 게임 그 자체가 이미 만든 사람의 손을 떠나 사회와 대중이 주인임을 느끼게 된다.

 이처럼 게임은 인간 기억의 바탕이 되는 스토리를 자신이 작가가 돼 대본을 쓰고 또 배우도 돼 연기를 함으로써 새로운 삶의 에너지를 재충전시켜주는 멋진 계기이자 무대가 되는 것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많은 사람이 온라인게임에 접속해 있다면 이는 그 자신의 유쾌한 스토리를 자신이 직접 만들어감으로써 즐거운 기억을 함께할 준비를 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자칫 우리가 잃어버릴 수 있었던 소중한 꿈들을 찾게 해주는 바로 그것이 온라인게임이다.

  

◆기술을 넘어 창의력의 승부

  ‘창의력 발현을 향한 전쟁’

 한국 온라인게임 산업은 10년의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세계 시장의 30%를 점유하며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IT인프라를 바탕으로 온라인게임 분야의 기술력과 운영 노하우 등 끊임없이 경쟁력을 쌓아온 결과다.

 하지만 한국이 세계 온라인 게임 시장의 주도권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자국산업 보호 정책을 앞세운 중국 온라인게임 업계가 급부상하고 있고 글로벌 메이저 게임회사가 온라인게임 시장으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 산업을 리드할 수 있는 ‘완성도 높은(well-made)’ 창의력이 뒷받침된 게임 타이틀을 만들어내는 것이 우선이다. 최근 ‘온라인게임의 침체기’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데 이것은 새롭게 출시되는 게임이 기존의 게임에 비해 무엇인가 더 나은, 고객의 위치에서 더 즐길 만한 새로운 것을 보여주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떤 게임이 주목을 받으면 너나 할것 없이 유사한 게임을 만들어 시장에 내놓거나 오프라인의 게임을 온라인으로만 전환하는 식의 게임 개발은 업계가 하루빨리 극복해야 할 과제이다. 한국 온라인게임의 가장 큰 성과라면 온라인게임을 컴퓨터 마니아의 전유물에서 대중의 문화로 발전시킨 것이 아닌가. 게임이 문화라면 그 발전의 해답은 창의력에 있다.

 향후 온라인게임은 기술이 아니라 창의력이 승부를 가름하게 될 것이다.

 

 #영화 그 다음을 향해

 10년 전 창업해 노력하다 보니 어느 새 대한민국 최고의 게임 기업이 된 엔씨소프트가 꿈꾸는 ‘NC’의 의미를 모르는 사람이 아직도 많은 것 같다. 나는 그 실마리를 영화에서 풀어보려고 했다. 영화는 이미 인간의 희로애락을 표현하고 느끼는 장치이자 소품으로 굳건히 자리 잡았다. 그럼 그 다음엔 뭐가 있을까. 이런 고민에서 엔씨(NC)는 출발했다. ‘영화 그 다음(Next Cinema)’을 탐구하고 만들어가는 것이 우리 일의 전부다.